[전통시장N] 1906년 주성장의 기억… 할망장터부터 대장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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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N] 1906년 주성장의 기억… 할망장터부터 대장간까지

뉴스컬처 2026-04-27 19:38: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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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5일장서길 26에 자리한 정기시장이다. 매월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에 장이 선다. 제주국제공항과 도두항에서 가까워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도 쉽게 들를 수 있다.

시장 규모는 점포 수 1,004곳, 면적 6만7,531㎡(약 2만 평)에 이른다. 장날에는 농산물, 수산물, 약재, 화훼, 옹기, 의류, 잡화, 가축 등 여러 품목이 거래된다. 제주의 밭과 바다에서 나온 물산이 한자리에 모인다. 제주시 생활권의 대표 장터로 꼽힌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제주를 대표하는 정기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는 20세기 초 제주 시장의 형성 과정과 연결돼 있다.

◇2일과 7일에 열리는 제주 대표 정기시장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육지와 떨어진 섬이다. 오래전부터 농업, 목축, 수산업을 바탕으로 자급자족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마을 안에서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만. 상업 활동은 육지와 비교해 늦게 발달했다.

시장 기능을 일부 맡았던 이들은 보부상이었다. 보부상들은 제주시를 중심으로 여러 마을을 오가며 육지에서 가져온 상품을 팔고,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유통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제주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설된 것은 1906년이다. 당시 제주 군수였던 윤원구가 물자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주읍을 비롯한 각 읍면에 시장을 세웠다. 이때 생긴 제주읍의 중심 시장이 주성시장이었다.

주성시장은 성 안에 있는 장이라는 뜻에서 성안장으로도 불렸다. 처음 장이 섰던 곳은 관덕정 앞마당과 탑동 주변이었다. 관덕정 일대는 조선시대 제주목 관아가 있던 제주의 중심 공간이었다. 행정과 교통, 사람들의 왕래가 모이던 곳이었기 때문에 장터가 형성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당시 주성시장의 장날은 2일과 7일이었다. 현재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장날과 같다. 이 점에서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주성장의 장날 전통을 잇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주성시장에서는 탕건, 망건, 양태, 삿갓, 모자, 나무빗, 포목, 생선, 소금, 석유, 성냥, 금속 제품, 우마 등 여러 물품이 거래됐다. 특히 제주에서 생산된 탕건, 양태, 나무빗은 서울과 대구, 평양, 의주 등지까지 팔려 나갔다. 시장은 제주 안의 물자 거래 장소이면서 외부 지역과 제주를 연결하는 유통 거점이기도 했다.

◇관덕정 앞 장터에서 도두동 시장까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한곳에서 계속 이어진 시장이 아니다. 제주 도시 구조가 바뀌고 생활권이 달라지면서 장터도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겼다.

관덕정 앞마당과 탑동 주변에서 열리던 장은 196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이후 1969년에는 현재 서사라사거리 주변으로 옮겼다. 1974년에는 적십자회관 주변으로 이전했다. 1982년에는 종합경기장 주변, 1984년에는 신광초등학교 부지, 1986년에는 제주일보사 동쪽, 1993년에는 사라봉공원 일대로 옮겨졌다.

현재의 도두동 자리에 자리 잡은 것은 1998년이다. 제주시의 도시 성장과 시장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시장은 장소를 바꾸며 이어졌고, 장날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계속 유지됐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이 현재와 같은 규모를 갖춘 데에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추진된 시장 현대화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시장 부지가 정비됐고, 장옥과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대형 주차장과 고객지원센터도 마련돼 장날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현재 시장은 장날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시 대표 정기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도두항,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등 주요 교통 거점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도민들에게는 장을 보는 생활 공간이고, 관광객들에게는 제주 장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소다.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의 기능이 약해지는 흐름 속에서도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여전히 높은 방문 수요를 보인다. 장날이면 차량이 몰리고, 시장 안 통로에는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할망장터가 보여주는 제주 생활문화

제주시민속5일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할망장터다. 할망장터는 만 65세 이상 할머니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나물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대량 유통 상품보다 손수 기른 채소와 밭작물이 주로 거래된다. 물건의 크기와 모양은 일정하지 않다. 할망장터는 제주의 농촌 생활, 여성의 노동, 지역 공동체의 분위기를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주어에서 ‘할망’은 할머니를 뜻한다. 이름 자체에 지역성이 담겨 있다. 시장 안의 한 구역이면서 제주시민속5일시장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상징적 공간이다.

◇농산물과 수산물이 모이는 시장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농산물전에서는 제주 밭에서 난 채소와 나물, 감자, 고구마, 콩, 잡곡류 등을 만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좌판의 품목도 달라진다. 봄에는 나물과 새순이 많고, 여름에는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다. 겨울에는 감귤과 한라봉 같은 제주 과일이 눈에 띈다.

수산물전에서는 제주 바다에서 잡은 옥돔, 은갈치, 고등어, 자리, 건어물 등이 거래된다. 제주 수산물은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 품목이다. 시장에서는 생선의 크기와 상태를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상인들에게 조리법이나 보관법을 물어볼 수도 있다.

농산물과 수산물이 함께 거래되는 점은 섬 지역 시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제주의 밭과 바다가 시장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먹을거리만 취급하는 시장이 아니다. 화훼전, 옹기전, 약재전, 가축전 등도 함께 운영된다.

화훼전에서는 선인장, 난, 화분, 유실수, 계절 꽃 등을 볼 수 있다. 집 안에 둘 화분을 고르는 사람부터 마당에 심을 나무를 찾는 사람까지 다양한 손님이 찾는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옹기전에서는 쌀독, 김장독, 장식용 옹기 등이 거래된다. 약재전에는 말린 약초와 여러 약재가 놓인다. 가축전에서는 강아지, 고양이, 토끼, 새 등도 볼 수 있다. 이런 구역들은 제주시민속5일시장이 생활 전반과 맞닿아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안에는 농기구를 만들고 수선하는 대장간도 있다. 낫, 호미, 괭이 같은 농기구를 다루는 모습은 요즘 도심 시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대장간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이 여전히 실제 생활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밭일에 필요한 도구를 고치고 새로 맞추는 일은 농촌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다.

제주시에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외에도 동문시장, 서문시장, 보문시장 등 여러 전통시장이 있다. 동문시장은 상설시장 성격이 강하고, 제주시 도심 상권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서문시장은 구도심의 생활권과 함께 발전해온 시장이다.

이들 시장이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의 기능을 보여준다면, 제주시민속5일시장은 정기시장의 특징을 보여준다. 5일마다 한 번씩 장이 서기 때문에 장날에 사람과 물건이 집중된다. 이러한 방식은 오래된 장터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주성장의 역사, 여러 차례의 이전, 현대화 사업, 할망장터와 대장간 같은 생활 공간을 함께 품고 있다. 그래서 제주의 시장사를 설명할 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회와 국수, 흑돼지로 이어지는 제주시의 맛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워 여행 일정에 넣기 좋다. 시장 주변으로는 도두항과 용두암이 있고, 제주시 중심부로 이동하면 삼성혈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삼성혈은 제주 시조와 관련된 전설을 품은 장소다. 오래된 나무와 고요한 분위기가 도심 속에서 다른 결을 만든다. 용두암은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로 알려진 제주시의 대표 관광지다. 공항과 가까워 제주 여행의 시작이나 끝에 찾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둘러본 뒤 제주시의 먹거리 거리로 이동하는 동선도 자연스럽다.  서부두 명품횟집거리는 바닷가를 따라 횟집들이 자리한 곳이다. 공항에서 멀지 않아 여행 일정의 앞뒤로 들르기 좋고, 제주 바다를 가까이 두고 회를 맛볼 수 있다.

국수문화거리는 고기국수, 멸치국수, 비빔국수, 두부국수 등 제주의 국수 문화를 보여주는 거리다. 돼지고기 육수와 편육을 곁들인 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흑돼지거리는 제주시 건입동 일대에 형성된 먹거리 거리다. 제주 흑돼지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제주 대표 음식이며, 주변에는 동문시장과 서문시장, 탑동광장, 산지등대 등이 있어 시장 탐방과 함께 묶어 보기 좋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오래된 시장이라는 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도 장날마다 사람들이 모이고, 물건이 거래되고, 지역의 생활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현재성이 크다.

도민에게 이곳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장터다. 관광객에게는 제주 장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상인에게는 생업의 현장이고, 할망장터에 앉은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소중한 자리다.

1906년 주성장에서 시작된 제주 장터의 흐름은 여러 시대를 거쳐 지금의 제주시민속5일시장으로 이어졌다. 장날인 2일과 7일이 되면 시장은 다시 활기를 얻는다. 제주시민속5일시장은 제주의 물산과 생활, 사람들의 관계가 지금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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