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이 성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의 국제적 통제 기준 부재를 지적하며 안전한 활용을 위한 규범 정비가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화의 물꼬는 이 대통령의 위트 있는 질문에서 트였다. 평소 제미나이를 애용한다는 그는 간혹 예상 밖의 답변이 나오는 현상을 두고 "버그 아니냐"며 웃음을 자아냈다. 허사비스 CEO는 대통령의 자사 서비스 이용 소식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명확한 지침 없이는 결과가 빗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AI가 고도화되면 독립적 업무 수행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단계를 거쳐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악의적 활용이나 자율적 판단 등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설계 단계부터 보안 기능을 내장하는 국제 공통의 '가드레일' 구축이 필수라고 허사비스 CEO는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허사비스 CEO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민간 기업 간 과열 경쟁 속에서 국제 규범 수립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다만 한국·영국·싱가포르 등이 연대해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관민이 집단 지성을 모아 안전망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발전이 촉발할 사회 구조적 변화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20여 년 전부터 기본소득 개념에 주목해왔다는 이 대통령이 "AI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도입 시점 아니냐"고 화두를 던지자, 허사비스 CEO는 원칙적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어 주거·교육·의료·교통 등 필수 서비스를 국가가 보장하되 시장 원리를 병행 적용하는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면담의 최대 성과로는 '구글 AI 캠퍼스'의 서울 설립이 꼽힌다. 연내 개소 예정인 이 캠퍼스는 영국 본사를 제외한 해외 지역 중 세계 최초 사례로, 연구자와 스타트업 간 협업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한국 측 연구진 파견 요청에 대해 허사비스 CEO가 즉석에서 최소 10명 규모를 수락한 점도 눈길을 끈다.
면담 서두에서 이 대통령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결을 회고했다. 당시 패배가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며 허사비스 CEO의 인지도를 전하자, 그는 "그 사실을 몰랐다"며 겸손하게 화답했다. "10년 전 서울에서 열린 대국이 오늘날 AI의 출발점이었다"며 "한국은 나와 딥마인드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나라"라고 허사비스 CEO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 세기의 대국을 기념해 자신과 이세돌 9단의 친필 서명이 새겨진 바둑판을 특별 선물로 증정하며 면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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