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기술주 랠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이 '위험 회피' 에서 '위험 선호'로 급격히 전환됐다.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넘게 하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사상 처음 6600선을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600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반도체 중심 쏠림과 변동성 지표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상승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 환율 1472.5원 급락…외국인 유입·위험선호 전환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472.5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477.6원에서 출발한 환율은 하락 폭을 키우며 장중 1469.4원까지 떨어졌다.
이번 환율 하락은 단순 수급이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 완화 기대가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환율·증시 전반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동시에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 약세도 확인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8.406까지 하락했다. 엔화 역시 강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은 159엔 초반까지 내려왔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환율 하락을 가속화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8800억원 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원화 수요를 확대했고 이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직결됐다.
환율 하락과 외국인 매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시장 구조를 '리스크 회피 국면'에서 '위험 선호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 코스피 6615·시총 6000조 돌파…반도체 주도 상승과 과열 신호 공존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9.40포인트(2.15%) 상승한 6615.03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 66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6657.22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스닥 역시 1.86% 상승한 1226.18로 1220선을 돌파했다.
이로써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은 약 6101조원으로 확대됐다. 1년 전 약 2210조원 수준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2.7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상승의 핵심 동력은 명확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880억원, 1조1020억원을 순매수하며 '쌍끌이 매수'에 나섰고 개인은 1조974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업종별로는 AI 밸류체인이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28%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5.73% 급등하며 장중 131만7000원을 기록, '130만 닉스'를 돌파했다. 전력 인프라 수요 기대가 반영된 LS ELECTRIC, 효성중공업 등도 10% 이상 급등하며 상승 폭을 키웠다.
다만 상승 구조의 편중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의 43.6%, 전체 시장의 38.7%까지 확대됐다.
시장 내부에서는 이 구조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AI 수요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를 기반으로 한 '구조적 슈퍼사이클'로 해석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반도체 지수 급등 속도를 근거로 "이미 사이클 초입을 지난 과열 구간"이라는 경고를 내놓는다.
실제로 변동성 지표는 상승 전환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PI)는 장중 55.60까지 오르며 단기 급등 부담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초 체력은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은 2024년 221조원에서 2026년 778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 이익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현재 시장은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지정학 리스크 완화에 따른 환율 안정, 외국인 자금 유입, 그리고 AI 중심 실적 기대가 맞물리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반도체 쏠림 구조와 변동성 확대가 병존하는 만큼 시장은 '유동성 랠리'에서 '실적 검증 국면'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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