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사웨, 런던 마라톤서 2시간 벽 허물다… 그 '비밀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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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사웨, 런던 마라톤서 2시간 벽 허물다… 그 '비밀 무기'는?

BBC News 코리아 2026-04-27 17:4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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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스티안 사웨가 2026년 런던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AFP via Getty Images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30)가 26일(현지시간)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 최초로 풀코스를 공식적으로 2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역사를 썼다.

사웨는 42.195㎞를 1시간 59분 30초에 주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2023년 고(故) 켈빈 킵툼이 세운 종전 기록(2시간 0분 35초)보다 1분 이상 빠른 기록이다.

앞서 지난 2019년 같은 케냐 출신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남자 최초로 2시간 이내 완주에 성공한 바 있으나, 일반 대회와 다른 조건에서 진행된 이벤트성 경기였던 만큼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는 사웨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 역시 2시간 이내(1시간 59분 41초)에 완주하며 눈길을 끌었다.

여자 부문에서는 에티오피아 출신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동아프리카, 특히 케냐와 에티오피아 출신 선수들은 왜 장거리 달리기에서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사웨가 자신의 새로운 세계 기록 시간이 적힌 운동화를 들고 있는 모습
AFP via Getty Images
사웨는 인류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공식적으로 2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역사를 썼다

동아프리카 고지대를 달리다

다른 많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장거리 달리기 또한 훈련 방식, 영양, 장비의 발전에 힘입어 발전해왔다. 특히 지난 7년간 더 가볍고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러닝화가 등장하며 기록은 더욱 단축됐다.

남자 마라톤 세계 기록은 지난 20년 동안 4분 이상 단축됐으며, 여자 부문 또한 비슷한 속도로 짧아졌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 지역에 자리한 몇몇 국가 출신 선수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종목은 드물다.

지난 5차례의 올림픽에서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800m 이상 달리기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마라톤 역대 최고 기록 20개 가운데 케냐와 에티오피아 출신이 아닌 경우는 단 2건뿐이며, 여자부에서도 최고 20개 기록 중 18개를 이 두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위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동아프리카의 '리프트 밸리'라고 불리는 산악 지역이 꼽힌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엘리트 육상 선수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다.

과학 연구에 따르면 해발 고도가 높은 마을에 사는, 특히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란 선수들은 고지대 특유의 낮은 산소 농도에 노출된 상태로 정기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심장과 폐 기능이 더 발달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네팔이나 볼리비아처럼 다른 고지대 국가들도 있으나, 국제 대회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인들이 지닌 진정한 차별성은 여러 세대에 걸쳐 달리기가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데 있다.

케냐의 캅사벳 마을 근처에서 훈련하는 사람들의 모습
AFP
현재와 과거를 막론하고,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달리기 선수 대부분은 산악지대인 리프트 밸리 출신이다

문화와 열망

에티오피아 출신의 전설적인 육상선수 하일레 게브레셀라시에는 어린 시절 먼 거리를 주로 걸어서 다니곤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는 여전히 도로에서의 달리기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스페인 태생 엘리트 육상선수 출신으로 수년간 케냐에서 거주하며 일해온 마크 로이그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다른 학부모들과 달리기 기록을 이야기할 때마다 주눅이 들곤 했다고 말한다.

로이그는 웃으며 "이제는 어디 가서 내가 육상선수 출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농담했다.

현재 그는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약 260km 떨어진 해발 2400m의 이텐 지역에서 유소년 육상선수 육성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이텐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케냐 엘리트 육상선수들의 고향으로, 현지에서는 "챔피언의 고향"으로 불린다.

로이그에 따르면 전설적인 선수들이 가까이 살고, 평범한 사람처럼 거리를 누비는 이것의 환경은 어린 선수들이 육상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농촌 지역의 빈곤이 여전히 심각한 케냐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육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청년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로이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빈민가 아이들이 축구선수의 꿈을 꾸는 것처럼, 케냐의 아이들은 육상에서 생계를 유지할 기회를 포착하고, 주변의 수많은 롤모델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큰 영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엄밀히 말하면 사웨가 최초가 아닌 이유

구글에 "마라톤 2시간 이내"라고 검색하면 올림픽 마라톤 2관왕이기도 한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지난 2019년 비엔나에서 열린 특별 대회에서 1시간 59분 40초로 완주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킵초게는 그보다 2년 전인 2017년 미국 스포츠웨어 대기업 '나이키'가 이탈리아 몬차의 '포뮬러원(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서킷'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2시간의 벽을 깨고자 나섰으나, 목표 대비 26초가 모자랐다.

하지만 이 두 기록 모두 세계육상연맹(WHA)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반적인 마라톤 경기와는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킵초게 선수는 여러 전문 선수들이 교대로 나서 옆에서 나란히 달리며 페이스 조절을 도와주었고, 그 덕에 포뮬러 1 레이싱 경기에서처럼 공기 저항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마라톤 경기처럼 코스 곳곳에 설치된 급수대를 이용하는 대신 자전거를 통해 물을 공급받았다.

그러나 킵초게는 기록에 붙은 이러한 설명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러한 도전으로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더욱 그랬다.

두 프로젝트 모두에서 킵초게 선수와 함께한 영국 엑시터 대학의 앤드루 존스 교수 또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인들은 인간이 과연 2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고, 우리는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통제된 환경이었다 하더라도, 킵초게 선수는 그러한 기록을 달성하고자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2019년 10월 비엔나에서 열린 특별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AFP via Getty Images
케냐의 킵초게 선수는 지난 2019년 2시간 이내 완주에 성공했으나, 일반적인 경기 환경과는 다른 조건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몸에 상당한 부담

엘리트 마라톤 대회에서의 기록 경신이 쉽지 않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킵툼 선수는 2023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1km당 평균 2분 51초(2:51/km)라는 놀라운 속도로 달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계육상연맹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아마추어 남자 마라톤 선수의 전 세계 평균 속도는 6:43/km다.

존스 교수는 전문 선수에게도 이러한 기록 달성은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먼 거리를 고강도로 달리는 행위는 선수의 기량과 관계없이 육체적으로 큰 부담입니다. 게다가 정신적인 부담도 상당합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일주일에 최소 160km를 달리며 연습한다. 근육과 뼈,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이 상당하기에 현실적으로 1년에 2~3차례 정도만 풀 대회에 출전한다.

사웨는 '리프트 밸리의 깜짝 스타'인가?

그동안 '2시간의 벽'을 깰 가장 유력한 후보로 킵초게 선수를 주목해왔으나, BBC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2023년 3번째 출전 만에 세계 신기록을 세운 킵툼처럼 또 다른 "리프트 밸리의 깜짝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케냐 출신 전직 선수이자 육상 전문가인 마틴 케이노는 2024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리프트 밸리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기에 언제든 새로운 스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사웨는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런던 대회는 리프트 밸리 출신인 그가 4번째로 출전한 마라톤 대회였다.

하지만 이미 조짐은 있었다. 사웨는 2시간 이내에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3번의 마라톤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2026년 런던 마라톤 여자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에티오피아의 아세파 선수
AFP via Getty Images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 마라톤 선수다

여자 선수들은 시간의 벽을 이미 넘어섰나

여자 선수들은 70년대에 들어서야 '뉴욕 마라톤' 등 주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80년대에 이르러서야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이후 여자 선수들의 마라톤 기록은 발전을 거듭했다. 1971년 대비 2002년에는 최고 기록이 2시간 55분에서 2시간 17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이후 2019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케냐의 브리지드 코세이 선수가 2시간 14분 4초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23년 9월 베를린에서 남녀 혼성으로 진행된 대회에서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1분 53초로 완주하며 경신됐다.

2015년 미국의 스포츠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자 부문에서는 이미 2003년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 선수가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 15분 25초를 기록했을 때 이미 이른바 "불가능의 벽"을 깬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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