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업체 딥시크가 최신 모델 V4 출시를 서두르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국산 반도체와의 협업 최적화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중앙(CC)TV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26일(현지시간) "중국 AI는 자신만의 템포를 유지해야 한다"며 V4 프리뷰 버전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저비용 고효율 오픈소스 모델 R1으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는 출시 1주년에 맞춰 대폭 업그레이드된 후속작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발표 시점은 계속 늦춰졌고, V3.2 이후 V4까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해외 주요 대형언어모델(LLM)의 평균 업그레이드 주기 91.4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공백이다.
이 같은 지연의 원인으로 위위안탄톈은 화웨이 어센드 칩 시스템과의 협력을 꼽았다. 국산 연산력이 V4를 뒷받침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산 칩이 실제 현장에서 외국 반도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 특정 수입 제품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함께 성장하는 AI 연구개발 생태계가 점차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게시물을 두고 딥시크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출시 속도보다 화웨이 칩에서의 성능 극대화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AI 공급망 자립을 강조하는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산업 애널리스트 마지화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놓았다. R1이 제한된 컴퓨팅 파워로도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 V4는 자국산 칩만으로 고성능 LLM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발표를 '제2의 딥시크 모멘트'로 규정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화웨이-딥시크 협력이 중국 AI 자립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24일 공개된 V4 플래시와 V4 프로는 100만 토큰 규모의 문맥창을 탑재해 긴 문서나 전체 코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에이전트 기능과 추론 능력, 전반적 지식 수준에서 중국 내 및 오픈소스 진영 최고 수준이라고 딥시크 측은 밝혔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눈에 띈다. 딥시크는 엑스(X)를 통해 다음 달 5일까지 V4 프로 API 요금을 75%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반복 질문 사용자를 위한 입력 캐시 비용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인하했다. 블룸버그는 오픈AI·앤스로픽·구글 등 서방 기업들이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이 부담이라며, R1 때처럼 가격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스타트업 '오헬스' 관계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가격, 오픈소스 정책, 100만 토큰 문맥창 등이 개발자와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춰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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