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초연금 지출 규모가 2050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연금 수급 대상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장기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연내 기초연금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6일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약 23조1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9년 28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장기 추계를 통해 2050년 기초연금 지출이 연간 4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25년 만에 관련 재원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한국의 연금 지출 증가 속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4월호에서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이 2024년 0.79% 수준에서 2025~2030년 사이 0.7%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다. 같은 기간 일본은 0.2%포인트, 미국은 0.5%포인트, 독일은 0.3%포인트, 프랑스는 0.1%포인트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연금과 의료비 지출 증가라는 높은 수준의 장기 재정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기초연금 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기초연금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며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에 따른 차등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소득 수준이 낮은 노년층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계층에는 지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머지않은 시점, 연내에 기초연금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인 기준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경우 대규모 재정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최근 홍익대 산학협력단이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실버시대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연령 상향 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600조원 이상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높여 70세까지 조정할 경우 2065년까지 203조8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2년마다 1세씩 상향하는 보다 빠른 조정 시나리오에서는 절감 규모가 372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기대수명 변화에 연동해 노인연령 기준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이 경우 2056년 기준 노인연령이 75세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2065년까지 최대 603조4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이 불가피하지만, 단순한 지출 축소보다 재정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령층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 현실을 고려하면 지원 축소만으로 접근할 경우 사회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은 복지 정책이자 고령층 소득 안전망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소득 하위 계층 지원 강화, 지급 대상 합리화, 노인 기준 연령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내 어떤 형태의 개편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재정 안정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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