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자국의 경제를 놓고 치킨게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여 국제 유가 상승을 유도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하자 미국은 해협을 역봉쇄하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고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이란 역시 경제난 심화로 인해 민심 이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국 모두 시간을 끌고 버티면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화로도 협상이 가능하다며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도 파키스탄과 오만, 러시아를 오가며 종전 협상을 위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양측이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해상봉쇄 효과적…이란 송유관 사흘후면 내부 폭발"
이란, 경제고통 버티면 미국 먼저 양보할 것으로 계산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은 불발됐다.
미국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파견을 공식 발표하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도 24일 파키스탄에 도착해 협상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양측이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유가 상승을 유도하여 미국에 경제적 정치적 타격을 주려 하자 미국은 해협을 역봉쇄하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해협 봉쇄를 해제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란에게 현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현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봉쇄 조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며 "그들은 더이상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석유가 쏟아지는 송유관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든 컨테이너나 선박에 계속 실을 수 없어 그 라인이 막히게 되면 그 관은 기계적 요인으로 지하에서 내부 폭발하게 된다"며 "그냥 폭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 사흘 밖에 안 남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봉쇄 상태가 지속되면 이란이 송유관 파손을 막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일정 기간 버텨내면 미국 내 반전 여론과 정치적 영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표심 때문에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다.
CNN은 "이란 지도자들은 이란이 고통받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양보할 것이라 계산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과 이란 모두 경제적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런던의 연구기관인 부르스 앤 바자 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겔리드 최고경영자는 26일 NYT에 "이란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소 몇주 동안에는 트럼프보다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은 이란인들보다는 트럼프에게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란도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가 길어지면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작년 경제난이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미 일어난 만큼 원유 수출 차질이 장기화 될 경우 이란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총격, 이란戰과 무관할 것으로 생각…협상 원하면 전화하라"
이란 외무, 파키스탄-오만-러시아 오가며 종전 협상 외교전
때문에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과 무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총격 사고 발생 직후 일각에서 이란의 암살시도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를 진화한 것이다. 그만큼 이란과 협상 국면을 깨뜨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화로도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2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전화로 진행하겠다. 그러니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종전) 합의에 무엇이 포함돼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도 종전 협상을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26일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술탄을 예방한 뒤 곧바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갔다.
하루 만에 파키스탄에 다시 온 아라그치 장관은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 등을 면담했다.
이와 관련, 타스님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이 종전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당국자들과의 추가 협의를 위해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했다. 이번 재방문은 단순한 양자 관계 논의를 넘어,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의 종전 요구안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당국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제 시행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수령 ▲교전 당사국들의 재침략 금지 보장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 등 의제를 제시했다.
파키스탄 재방문 일정을 마친 아라그치 장관은 마지막 순방지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갈 예정이다.
카젬 잘랄리 주러 이란 대사는 ISNA 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종전 협상 상황과 휴전 상태, 그리고 최근의 주변 정세 변화와 관련해 러시아 측 고위 인사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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