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 프랑스인은 왜 심장질환에 잘 걸리지 않을까?
심장질환과 관련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은 기름진 것도 많이 먹고 담배도 자주 피우는데 북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 심장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차이가 생긴 걸까?
조사 결과 그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 바로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이다. 고민하지 않고 기분 좋게 사는 것, 마늘, 올리브유, 호두 기름 등을 즐겨 먹는 것이 핵심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지역의 화창한 날씨다. 날씨가 흐리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 주목할 것이 와인이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진행된 네덜란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매일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5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매일 한 잔씩 술을 마시는 여성이 그러지 않은 여성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달콤한 와인보다는 떫은 와인이 심장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 현대 과학도 풀지 못한 혈액의 비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제일 먼저 혈액을 채취한다. 그 혈액을 시험관에 가만히 두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으로 이루어진 혈구 부분이 아래로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혈장만 남는다. 체내 수분 가운데 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8퍼센트인데, 그중 45퍼센트 정도가 혈구에 해당하고, 혈구의 대부분을 적혈구가 차지한다.
혈액은 골수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가운데 적혈구는 120일 정도를 산다. 상당히 오래 사는 편이다. 반면 백혈구의 수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보통은 일주일 이내인데 생성되자마자 죽기도 한다. 항상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적혈구는 도넛처럼 가운데가 움푹 팬 모양으로 생겼다.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여기에 함유된 철 분자가 산소를 잡아서 필요한 곳에 운반한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의학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헤모글로빈을 대체할 화합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직도 혈액이 부족할 때는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아야 한다.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간으로 들어가 힘과 글로빈으로 쪼개져 파괴된다. 이 가운데 힘은 다시 빌리루빈이라는 형태로 파괴되어 담낭에 담즙으로 저장되었다가 십이지장으로 나가거나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만약 어떤 원인에 의해 빌리루빈이 많이 생기면 온몸이 노래지는 황달이 생긴다. 빌리루빈은 특히 눈 쪽에 많이 침착되기 때문에 눈이 노랗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황달이 생겼다는 건 적혈구가 많이 파괴됐다는 뜻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 거머리는 어떻게 계속 피를 빨까?
혈관이 찢어지거나 터져서 출혈이 생기면 지혈이라는 작용이 일어난다. 지혈이란 말 그대로 출혈이 멈추는 것, 혹은 출혈을 멈추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혈은 상당히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우선 상처가 생기면 반사적으로 혈관이 수축하고, 그곳에 혈소판이 모여든다. 여기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작용하여 상처가 생긴 부분을 막는다. 그다음 혈전이 생기고, 혈장 속의 혈액응고 인자가 혈전을 강화해 상처를 단단하게 막아준다.
지혈과 관련된 병이 바로 혈우병이다. 혈우병이란 출혈이 멈추지 않는 병으로, 지혈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특히 X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해져서 생기는 병이다. 유럽 왕족 중에 이 혈우병 환자가 특히 많았다고 하는데, 이는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거듭해서 생긴 현상이다.
봄에 논에 가면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 피를 빤다. 여기에도 혈액 응고의 원리가 들어 있다. 몸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나면 몸은 지혈 작용을 시작한다. 그러면 상처는 딱지에 의해 막히게 된다. 거머리 입장에서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다시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야 하니까. 그래서 거머리는 입에서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단백질을 뿜어낸다. 덕분에 쉬지 않고 피를 빨 수 있는 것이다. 뱀독 중에도 종종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 있다.
◇ 사람을 살리는 병도 있다!
여성들에게 흔한 빈혈은 적혈구, 그중에서도 헤모글로빈이 모자라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빈혈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가운데 아프리카 사람들 사이에 많이 발병하는 겸상적혈구빈혈증이라는 것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생긴 비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적혈구에 축적돼 적혈구의 모양이 낫 모양(겸상)으로 변하는 돌연변이 현상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라 겸상 세포를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 가운데 우성인 25퍼센트는 빈혈로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러면 나머지 75퍼센트는 어떻게 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을 지닌 나머지 75퍼센트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인 말라리아에서 해방돼 보다 안전한 삶을 살아간다. 적혈구가 낫 모양의 겸상 세포가 되면 모기를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온 말라리아원충이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아직 완전한 예방이 불가능한 병이다. 게다가 일단 병에 걸린 뒤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 결국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긴 병인 셈이다.
◇ 인종별로 다른 혈액형 비율
한국과 일본에서는 혈액형과 성격적 특성을 연결해 '저 사람은 A형 성격이야.'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류가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서양에서는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혈액형의 비율이 인종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이민자의 혈액형을 보면, 유럽에서 온 사람은 거의 90퍼센트가 O형과 A형이고, B형과 AB형은 소수다. 아프리카계 이민자는 B형이 약간 많고, 한국 이주자는 특징적으로 B형 비율이 아주 높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면 O형은 거의 같고 일본은 A형이, 우리나라는 B형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미국 원주민이나 중국인의 경우에도 B형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다. 실제로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은 B형 비율이 22퍼센트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인은 31퍼센트가 B형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의 성격 차이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물론 ABO 타입의 혈액형이 성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 말이다. (6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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