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소비 양극화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인공지능이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해 구매를 대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유통사의 핵심 기능인 중개 역할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검색은 AI가, 구매만 앱에서"… '플랫폼 패싱' 현실화
지난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소비자 행동 패턴의 근본적 변화에 주목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정경화 네이버 책임리더는 "소비 행태가 키워드 검색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질의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으로 쇼핑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유통사의 존재 이유인 '중개 플랫폼' 기능의 약화다. 곽창헌 GS리테일 상무는 소비자가 외부 AI 비서를 통해 탐색을 끝내고 특정 플랫폼에서는 결제만 하는 '플랫폼 패싱(Platform Passing)' 현상을 경고했다. 곽 상무는 "이 경우 중개인 역할이 붕괴하고 데이터 주도권을 상실해 브랜드 충성도가 급락할 것"이라며, 자체 AI 에이전트 도입과 AI 최적화(GEO) 마케팅으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무신사 · 카카오 등 AX 내재화… "AI가 면접 대본까지 작성"
주요 기업들의 AI 전환(AX) 사례도 구체화됐다. 무신사는 상품 분류부터 면접 대본 작성까지 전 조직에 AI를 내재화해 개발 기간을 60% 단축하고 산출량을 7.4배 늘렸다. 카카오는 대화 맥락을 읽고 약속 관리까지 수행하는 개인 최적화 AI 비서 '카나나'를 통해 에이전트 도약에 나섰다. 네이버 역시 초개인화 기술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2026년 기준 10억 건의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과거 프레임 갇힌 유통 규제, 소비자 편익 중심으로 재편해야"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달리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59%에 달하는 상황에서 2012년 설계된 오프라인 중심 규제는 시장과 괴리가 크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사전 규제를 사후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계는 배달플랫폼 수수료 상한제가 오히려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정산기한 단축이 재무 부담을 키워 중소 납품업체의 판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논의되는 규제들이 산업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촉구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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