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개문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동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이미 40여 명의 주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활용이 어려운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센터 측이 맞은편 공간을 임시 대기실로 개방했지만 수용 인원을 초과해 건물 밖까지 사람들이 넘쳐났다.
개문 25분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윤모(80)씨는 "낡아빠진 운동화 하나 새로 장만하고 고깃집에서 소고기 한 점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가진 것 없는 처지에 이런 돈 나오면 감사히 써야지"라고 덧붙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강모(60)씨 역시 "치솟는 물가에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며 식당과 편의점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대표 부촌인 강남구 삼성동 센터에서도 취약계층 신청 행렬이 이어졌다. 뇌졸중으로 입원 중인 아내를 대신해 방문한 박모(80)씨는 위임장을 받아들고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중동 정세 불안에 물가가 다 뛰어버렸다"며 "길거리 천 원짜리 물건도 선뜻 못 집는다"고 토로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소박한 바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구 중림동에서 만난 김모(61)씨는 "쌀하고 김치 사서 아껴 먹어야겠다"며 "정부가 이렇게 챙겨주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요일제 시행 사실을 모르고 찾아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주민도 적잖았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1·6은 27일, 2·7은 28일, 3·8은 29일, 4·5·9·0은 30일로 신청일이 나뉜다. 지팡이에 의지해 마포구 아현동 센터를 찾은 이모(88)씨는 뒤늦게 이 안내를 듣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택시도 안 세워주고 버스 타고 힘겹게 왔는데 오늘은 안 된다니"라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1차 고유가 피해 지원금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이 대상이다. 지급액은 기초수급자 1인당 55만원, 차상위·한부모가족 1인당 45만원이며 비수도권이나 인구감소지역 거주자에게는 5만원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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