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무산된 가운데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오만과 파키스탄을 거쳐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직접 협상 대신 파키스탄 등 중재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을 통한 간접 외교전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란은 파키스탄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방식과 전쟁 피해 배상금, 재침략 금지 보장, 해상봉쇄 해제 등을 담은 종전 조건을 전달했다. 이어 러시아 측과도 종전 협상 상황과 휴전 상태, 주변 정세 변화를 논의할 예정으로, 협상 무산 뒤 외교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양보를 협상의 핵심 의제로 보고 있다. 이란이 핵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한 채 종전 조건을 앞세우면서 양국 간 접점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라그치 외무장관, 파키스탄에 종전 조건 전달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술탄을 예방한 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갔다.
아라그치 장관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 등을 만나 미국 측에 전달할 종전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방식 재논의 ▲전쟁 피해 배상금 수령 ▲교전 당사국의 재침략 금지 보장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 해제 등이 포함됐다.
이란 측은 이번 논의가 최근 군사 충돌을 끝내기 위한 조건에 집중돼 있으며 핵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협상의 핵심 의제로 보는 입장과 차이가 크다.
◇핵 문제 배제한 이란…미국과 입장차 여전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핵 문제와 종전 조건을 둘러싼 입장차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란은 군사 충돌 종식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 프로그램 양보를 협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핵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려는 만큼 양측은 논의 범위부터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요구안을 공식화하면서 협상 재개 여지는 남았다. 다만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의가 이어지더라도 양측이 핵심 의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협상 진전은 제한될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로 2차 협상도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의 파키스탄 방문 일정을 취소했고, 이란 역시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협의한 뒤 오만으로 이동했다.
◇이란, 오만·파키스탄 거쳐 러시아로…외교전 확대
미·이란 종전 논의는 직접 협상 재개보다 중재국과 우방국을 거친 간접 협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이 파키스탄행 특사단 파견을 보류한 뒤에도 파키스탄을 통한 중재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아라그치 장관은 오만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술탄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수역 안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파키스탄을 다시 거쳐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가면서 중재 채널과 우방국 협의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방문은 파키스탄에 전달한 종전 조건을 우방국과 공유하고, 향후 협상에서 외교적 뒷받침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젬 잘랄리 주러시아 이란 대사는 아라그치 장관은 27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으로 종전 협상 상황과 휴전 상태, 주변 정세 변화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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