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6·3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대구시장 선거가 ‘보수의 심장’에서 벌어지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추경호 의원의 정면승부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이 공천 파동 끝에 26일 추경호 의원을 대구시장 최종 후보로 확정하면서 단수공천으로 일찌감치 출발선에 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구도가 완성됐다.
추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유영하 예비후보와의 양자 대결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3선 의원에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력으로 ‘프로 경제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김부겸 후보는 4선에 국무총리까지 역임, 추 후보보다 국정운영 경험은 더 많다. 그는 행정·정치를 두루 거친 강점으로 ‘힘 있는 일꾼’을 전면에 내걸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책임당원 100% 투표로 치른 경선 결과를 토대로 추 후보를 최종 낙점했고 유영하 의원 탈락에 앞서 컷오프에 반발하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연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의 다자 구도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내홍의 상처를 봉합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보수 결집’의 속도와 폭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를 ‘보수 텃밭 균열’의 시험대로 규정하고 김부겸 카드에 당력을 총집중하고 있다. 달서구에 문을 연 ‘김부겸 희망캠프’ 개소식에는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한병도 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정식·박지원 의원 등 현역 의원 50여명과 권노갑 전 의원 등 당 원로까지 총출동해 사실상 ‘전국 선대위급’ 지원 사인을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영상 축사로 힘을 보탰다. 김 후보는 “과거에는 중앙당에 ‘낙동강 다리를 건널 생각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지금은 여당 시장이 필요한 때”라며 정권 지원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말 속에서 우리 아들 딸이 떠났다”며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을 회초리 삼아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게 해달라”고 호소, 전통 보수층의 피로감과 야당 심판 정서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
김 후보는 산업 대전환·대구·경북 행정통합·신공항 착수를 3대 키워드로 제시하며 “대구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형 시장”을 자임한다. 여당 프리미엄과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확보를 내세우면서도 국민의힘 공천 파동과 당내 권력 싸움에 쏠린 지역 민심의 이탈 정서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현재 지지율도 앞서고 있지만 본격 선거 국면이 와도 현재의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진단이 여전히 작동중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한 언론에 “대구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시장이 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김 후보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해 당선됐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대구는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텃밭 아니었나. 그런데 (국민의힘 당명이) 새누리당(이었던) 시절, 김 전 총리는 민주당 후보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구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과 관련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했으면 2016년 총선에서도 김 전 총리가 대구에서 당선될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미워도 다시 한번’ 그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후보가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정치형 후보’라고 한다면 추경호 후보는 정통관료 출신의 ‘경제형 후보’에 가깝다. 추경호 후보가 표면적으로는 ‘보수의 심장 대구를 지켜내겠다’는 구호로 보수 결집을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속내는 자신의 강점인 경제정책 개발과 지역발전 견인 능력에 두고 있다. 그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전면 배치해 ‘첫날부터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프로 경제시장’을 자처하며 침체된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점을 반복해서 각인시키는 중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에 반발했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보수 분열’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호재다. 이 전 위원장이 “대구를 무도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지켜내겠다”며 추 후보 지원 의사를 공식화하자 당내에서는 “늦었지만 한 방향으로 모이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 후보는 중앙당 지원에 대해 “대구 선거는 후보자가 중심이 돼 시당과 당원이 함께 민심을 얻겠다”며 ‘대구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제안한 TK 통합선대위 구상에 화답한 만큼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신공항, 산업벨트 재편 등 TK 메가 프로젝트를 앞세운 공동전선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추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말 첫 재판을 받았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판결에서 유죄가 날 경우 법정구속이나 옥중 시정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는 20%를 넘나드는 무당층이 꼽힌다. 한국갤럽 3월 4주차 조사에서 TK 지역 무당층 비율은 40% 초반까지 치솟으며 두 달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대구·경북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40% 초반, 민주당 30%대 초반으로 좁혀진 가운데 무당층이 20%대 초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기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현재의 무당층 대부분이 국민의힘 공천 파동과 내부 갈등에 실망해 발을 뺀 전통 보수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그럼에도 그 불만이 곧바로 민주당 표심으로 옮겨갈지 아니면 투표 포기 기권층으로 남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진단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으나 야당 후보가 확정되면서 승부는 이제부터 본격적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대구 지역 정가에서는 여전히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보수 본능과 “이번만큼은 회초리가 필요하다”는 변화 요구가 엇갈리며 안갯속 여론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지방선거에서 부동층과 청년층 투표율, 그리고 최근의 선거 변수 트렌드가 된 사전투표 참여율이 숨은 변수로 작동했던 사례를 떠올리며 TK 무당층이 어느 시점에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선거의 우위가 한 순간에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지역 한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여야 모두 정치와 행정 경험이 풍부한 후보를 내세웠다. 이는 대구지역 유권자의 정치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두 후보 중 누가 더 대구의 미래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실질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보수의 심장이라는 기존 구도가 흔들릴 수도, 오히려 재확인될 수도 있다. 의외로 정치 바람보다 구체적 공약과 후보의 행정능력 등에 의해 승부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여야의 전직 총리와 부총리가 맞붙는 이례적 장면 자체가 이미 이번 지방선거의 상징적 장면으로 부상했다. 대구는 그간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하던 지역이었지만 보수 분열과 공천 파동 등으로 야당 지지율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민주당의 보수 공략보다 국민의힘이 얼마나 보수층을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사실상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또한 현재의 무당층이 실망한 국민의힘 지지를 포기하는 기권층으로 가라앉을지, 아니면 기권보다 더 적극적인 의사표시인 민주당 지지를 통해 보수 지형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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