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까지 팔아 기름값 충당"…美운전자들 '찔끔 주유'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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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까지 팔아 기름값 충당"…美운전자들 '찔끔 주유' 시작됐다

이데일리 2026-04-27 08:5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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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운전자들이 주유비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 대신 ‘찔끔’ 주유를 하거나 카풀·절약 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서조차 ‘수요 파괴’ 초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주유소.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미 전역 2만 3000여개 주유소의 소비자 결제 데이터를 추적하는 업사이드 자료를 인용, 지난달 미국 북동부 주유소의 점포당 평균 휘발유 판매량이 2월 대비 4.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0.6% 늘었던 것과 정반대로, 이란 전쟁이 촉발한 수요 파괴 초기 신호로 읽힌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내 기름값이 크게 오르며, 뉴욕·보스턴·필라델피아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차량을 ‘덜 타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콜로라도·유타 등 로키산맥 지역의 점포당 판매량은 0.3% 줄었다. 전년 동기엔 3% 증가했다. 테네시·켄터키·앨라배마 등 남부 중심부 증가율도 7.2%에서 3.6%로 반토막 났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28% 급등, 전국 평균가가 갤런당 4달러(약 5912원)에 이르렀다. 톰 와이난디 업사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절약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출근을 해야 하고 자녀를 등교시켜야 하는 만큼 이런 변화는 일종의 ‘우회로’”라고 짚었다.

◇‘찔끔 주유’ 일상화…고급유 판매 7%↓·카풀앱 다운로드 폭증

운전자들은 더 저렴한 등급의 휘발유를 구매하거나 한 번에 주유하는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고출력 엔진용 프리미엄·중간 등급 연료 판매는 각각 7%, 3.6% 줄었다. 또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유 거래 건수는 10.7% 늘었지만 실제 주유량은 2.2% 증가에 그쳤다. 가득 채우지 않고 자주 찔끔찔끔 넣는다는 의미다.

텍사스 북부에서 정신건강 상담사로 일하는 서맨사 로트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가족·친구 만남을 줄이고, 식료품 배달 부업을 시작했다. 피(plasma·혈장)까지 팔고 있다”며 “한 번에 10~15달러(약 1만 5000~2만 2000원)어치만 넣고 다음에 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틴다”고 토로했다.

와이오밍주 사회복지 핫라인 ‘와이오밍 211’의 앤 클레먼트 대표는 “정기 치료를 받으러 몇 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미 식비·전기료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갤런당 1.5달러(약 2217원) 추가 부담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료 절약·카풀 앱은 폭증세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소 가격 비교 앱인 가스버디 신규 다운로드가 전월대비 453% 폭증했다. 트럭 운전사 전용 주유 할인 앱인 머드플랩과 현금 환급 앱인 업사이드 다운로드도 각각 95%, 81% 늘었다. 카풀 앱 블라블라카도 같은 기간 15% 증가했다.

◇트럼프, 갤런당 2달러 약속했는데…11월 중간선거 ‘악재’

미국은 국토가 넓고 대중교통 대안이 부족해 유럽·아시아만큼 수요 파괴가 강하게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 광범위한 생활비 압박으로 소비자 인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에 정유사가 소매업체에 출하한 휘발유는 전년 동기대비 일평균 35만 8000배럴 적었다. 다만 예년 대비 감소폭이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어서 전국 단위 수요 파괴 신호는 아직 미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NEF의 데이비드 도허티 천연자원 리서치 헤드는 “휘발유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 카풀이나 소량 주유 같은 대응으로 거대한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NEF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전 세계 하루 약 200만배럴의 수요 파괴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미 정치권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 당시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약 2956원)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가격은 그 두 배 수준이다.

클리어뷰에너지의 케빈 북은 “기름값이 오르면 운전자는 집권자를 탓한다. 유권자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 지표 중 휘발유 가격만큼 강력한 것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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