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과 북한핵에 대한 미국의 이중기준[한반도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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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과 북한핵에 대한 미국의 이중기준[한반도 24시]

이데일리 2026-04-27 05: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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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침공의 명분을 핵개발 저지에서 찾는다. 이란은 60% 고농축 우라늄(HEU) 440kg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90% HEU로 가공하면 핵무기 11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HEU 전량을 미국이나 제3국으로 반출하고 핵농축 권리를 영구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개발을 금지선으로 정하고 종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북한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금지선을 언급한 적은 없다. 미국은 강대국이기에 미리 금지선을 그어놓으면 행동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정책을 선택하는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경제제재 이외에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가장 강한 수사는 트럼프 1기 때의 ‘화염과 분노’였다.

미국은 북한 핵개발을 ‘통제 가능한 위협’ 정도로 인식하고 ‘북한위협론’을 대중국전략에 활용하거나 ‘북한붕괴론’에 기대 ‘전략적 인내’로 시간을 보내다가 북한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북한의 HEU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다. 영변의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에서 추출하는 플루토늄의 양은 추산이 가능하고 이를 원료로 한 핵폭탄은 탄두가 크고 중량이 무거워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 ‘통제 가능한 위협’인데 비해 지하 은닉 시설에 대량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추출하는 HEU는 추출량을 추산하기 어렵고 핵폭탄 만들기가 쉬워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HEU를 활용한 북한 핵개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2002년 10월 무렵부터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북한이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기술을 전수받고 관련 자재를 수입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이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5∼10년 걸리는 HEU를 활용한 미래 핵개발을 문제 삼아 현재 진행형인 플루토늄 핵개발의 동결을 풀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냐고 미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 추진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 등으로 무르익던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화해와 북일관계 개선 연장선에서 북미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의 HEU 개발 추진으로 햇볕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2002년 10월 서울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HEU 개발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고 곧이어 평양을 방문해 이를 강력히 항의했다. 처음에 부인하던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HEU 개발을 사실상 시인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2차 북핵 위기의 시대로 진입했다. 당시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위치가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은 2010년 11월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의 HEU 핵시설을 보여줬다.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성공 이후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이뤘다고 주장한 것으로 볼 때 이때 HEU 핵실험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존에 알려진 영변, 강선에 더해 구성에 농축우라늄 핵시설이 있다고 밝힌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는 배경에는 이란 핵과 북한 핵에 서로 다른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곧 있을지 모르는 북미협상 카드가 노출된 데 따른 불만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명백한 사실은 북한의 핵무력 강화노선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핵 능력은 질적·양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민감 정보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하기보다는 이란전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보와 북미협상에 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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