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그 대단한 숫자에 담겨 있는 작은 숫자에 위대함이 녹아 있다. 동방신기는 지난해 일본 데뷔 20주년 기념 투어를 시작해 9개 도시에서 24회 공연해서 48만 팬과 만났다. 그 속엔 6000여 석 밖에 안하는 공연장도 있었다. 데뷔한지 20년을 맞은 ‘리빙 레전드’가 팬들을 만나려 소도시 6000석 공연장까지 구석구석 찾는 성실함.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동방신기의 위대함이다.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방신기 20th 애니버서리 라이브 인 닛산 스타디움 ~레드 오션~’은 그런 그들의 성실함과 최선의 정점이었다.
오후 5시 공연을 앞두고 오전부터 붉은 색 응원봉과 옷을 입고 끊임없이 닛산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 앞에 동방신기는, ‘스몰 토크’로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리붓’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시작하더니 ‘와이’와 ‘추지 러버’ ‘스페셜 원’까지 30여분 동안 쉼없이 내달렸다.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다시 ‘정글’과 ‘챔피언’ 등으로 30여분 동안 춤과 노래를 쏟아냈다. 현장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에게 “안녕하세요. 동방신기 유노윤호, 최강창민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건 공연이 시작된 지 한시간 여 만이었다.
이어 ‘프라우드’ ‘O-정-반-합’ ‘라이징선’ 등 히트곡 퍼레이드를 3시간 여 동안 펼쳐나갔다. 어느덧 닛산 스타디움이 어둠에 잠기고 밤하늘에 달이 뜨고, 현장은 ‘레드 오션’이란 공연 테마에 맞게 팬들의 붉은 색 응원봉으로 붉은 바다가 됐다.
동방신기만이 할 수 있는 노력과 최선이 맞닿은 순간이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그들을 향해 “위 아 티”(우리는 동방신기다)를 외쳤다. 31곡을 다 부르고 팬들에게 인사할 때 동방신기는 다시 무대를 달렸다. 이번에는 좀 더 천천히 관객들 한 명 한 명을 눈에 담듯이 인사를 하면서.
공연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난 동방신기는 “공연을 잘하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건 다르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 말미 팬들을 바라보며 울컥하던 유노윤호는 “무대에서 몇 번 고비가 있었는데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보려 와준 분들을 보니 그냥 하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최강창민은 “인기가 올라가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두 번째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했을 때 여기를 다시 올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또 오게 됐다”며 “그러니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그랬다. 동방신기는 늘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다. 2003년 12월 26일 데뷔 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K팝 대표 주자로 활약해 온, 명실상부 최고의 K팝 아티스트다. 동방신기가 신인이던 시절 아직은 10대였던 카시오페아(팬덤명)가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우리 오빠들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던 낭만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다사다난했던 한국 연예계에서 20년을 넘게 버티며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지켜온 그들의 무기는 오롯이 최선과 성실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건 팬들도 같은 생각인 듯 하다. 공연장을 찾은 가와하라 카네에(62)씨는 “데뷔 때부터 동방신기를 좋아했다”며 “이번에는 남편과 손자와 같이 왔다. 동방신기는 공연 때 늘 최선을 다해서 멋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붉은 색 응원봉을 든 이케다 아미(32)씨는 “동방신기는 춤과 노래를 잘하는데 일본어도 무척 잘한다. 그런 모습이 좋아서 나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여행을 가서 한국 문화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방신기의 최선에 팬들도 최선으로 답하고 있는 것 같다.
동방신기가 30주년 공연을 닛산 스타디움에서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디에서 하든, 그때도 전력으로 달리며 노래할 것 같다. 그것이 동방신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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