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보고서 밖 현장으로, 임태희 '등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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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보고서 밖 현장으로, 임태희 '등교합니다'

이데일리 2026-04-26 20:5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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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책상 위 보고서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현장의 작은 틈들을 살피고 필요한 곳은 채워가겠다.” 교육청 집무실이 아닌 매일 학교로 ‘등교’하는 교육감이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 결정으로 교복 자율화를 시행한 일산 정발고에 등교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지난 3월 3일 새 학기 시작부터 4월까지 두 달여 간 44개 학교를 방문해 학생·학부모·교사 뿐만 아니라 급식실 종사자까지 학교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이야기다.

진보진영 주자들이 ‘진보교육 탈환’을 기치로 본선 티켓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그는 묵묵히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태희 교육감의 등교는 지난달 3일 성남 돌마초 신입생 입학식부터 시작됐다. 모든 등교는 학교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전 공지 없이 이뤄졌다.

◇책상 아닌 현장에서 답을 구하다

임 교육감의 방문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교육정책 변화에 따른 현장 반응을 체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대통령이 학부모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의 교복값을 지적한 것은 올해 2월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학교 자율형 교복 운영 개선안’을 만들어 △꾸러미 자율 선택 △품목 자율 선택 △교복 미운영(자유 복장 착용)에 따른 교복 자율화 △교복 미운영(드레스 코드 통일)에 따른 교복 자율화 △비정장형 교복 위주의 품목 운영 등 5개 안을 일선 학교에 제시했다.
(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임태희 교육감이 지난달 5일 등교한 고양 정발고는 도교육청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학생과 교사 80%가량 찬성을 얻어 교복 자율화를 올해부터 시행한 학교다.

임태희 교육감은 “‘교복 지도에 쏟던 에너지를 이제 오롯이 교육과정에 쏟고 싶습니다’라는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의 말씀이 오래 남는다”라며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교육청이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제가 믿는 ‘자율’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자율은 균형·미래와 함께 임 교육감 취임 후 내건 경기교육의 핵심 가치다.

지난달 26일 찾은 화성 동탄중은 학생자치회에서 후드 집업과 맨투맨 형태의 교복에 BTS로부터 영감받아 직접 브랜딩한 ‘DTMS(DongTan Middle Students)’를 새긴 교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임 교육감은 “교육청의 지원으로 학부모님의 비용 부담은 0원, 세탁기와 건조기 앞에서도 변함없는 퀄리티. 실용과 가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택이었다”고 극찬했다.

3월 6일과 4월 3일, 한 달여의 기간을 두고 등교한 일산 원곡고와 파주 교하고에서는 ‘고3 사회진출 역량 강화 사업’의 효과를 확인했다. 이 사업은 수능이 끝난 후 졸업까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을 활용해 사회진출 역량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난겨울 교하고 졸업생 360명 중 200여 명이 운전면허를 신청했고, 이밖에도 컴퓨터활용능력, 토익, 한국사 등 다양한 도전이 이뤄졌다. 원곡고의 지난해 졸업생 317명 중 25%는 다문화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사 시험 준비와 어학 강좌를 신청해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임 교육감은 “수능 이후 자칫 공백이 될 수 있는 시기에 본인에게 꼭 맞는 종합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의 마지막 페이지를 알차게 채워가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육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과 이야기에서 정책의 길을 찾다

임태희 교육감의 시선은 경기교육 정책에만 머물지 않았다. 학교 모든 구성원들의 서사에 주목하며,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와 요구를 포착했다.

‘윤정아~윤정아~왜요 쌤~왜요 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화제의 밈(Meme), ‘윤정아 챌린지’ 주인공 지윤이와 다은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 수원 상촌중을 다니고 있다.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 두 아이는 새 학기부터 수업 시간 내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되며 학교에서 릴스를 찍던 일상을 멈춰야 했다. 지윤이와 다은이는 임태희 교육감에게 “저희 스스로 잘 조절할 수 있어요. 점심시간만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경기교육의 중요한 가치는 ‘자율’이다. 밖에서 정해준 법보다 더 강력한 건, 스스로를 통제하는 내면의 힘이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강제적인 금지가 아닌 ‘언제 켜고, 언제 꺼야 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임태희 교육감과 ‘윤정아 챌린지’ 학생들의 만남을 담은 영상은 4월 초 기준 조회수 60만회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 30일 수원 영일중 등교는 ‘참교육 선생님 한 분 추천합니다’라는 한통의 문자가 발단이 됐다.

아침마다 등굣길에 직접 나와 학생들을 지도하는 정진환 선생님이다. 차량 통행이 많은 학교 앞 사거리 교차로에서 매일 학생들의 등굣길을 지키며 맨 마지막 자리를 지키는 정진환 선생님의 모습은 영상 게시 일주일도 안 돼서 조회수 45만, 2500건 공유를 기록하며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사연도 있었다. 화성 서연유치원 등교에서 만난 급식실 조리실무사의 이야기다. “‘부끄럽다’며 자꾸 뒤로 숨기시는 손. 그 손끝에서 우리 아이들의 따뜻한 밥상이 만들어진다.” 임 교육감의 시선은 고된 급식 업무에 살이 트고 뼈마디가 굵어진 그의 손으로 향했다.

(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임태희 교육감은 “급식판 위의 밥 한 그릇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급식실은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라며 “조리실무사님의 손이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더 나은 급식 환경을 위해 현장에서 구체적인 답을 찾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주어진 숙제를 풀고, 다시 학교로 등교하겠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두 달간 44개 학교를 다니며 느낀 감정과 앞으로 만들 정책의 방향성을 일기처럼 자신의 SNS에 기록했다.

태어나 처음 학교로 오는 아이들부터 품에서 자식을 떼놓기 어려운 특수학급 학부모, 의대·약대·한의대 합격 3관왕임에도 사범대를 선택한 화제의 주인공,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과 선생님들까지.

그가 한땀 한땀 수놓든 기록해 놓은 ‘등교 일지’에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를 지켜본 수많은 이들의 댓글이 달리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임 교육감은 오는 28일 6·3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직무가 정지된다. 다시 그가 등교할 수 있을지는 오는 6월 3일 결정될 예정이다.

하굣길에 오른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두 달간의 ‘등교합니다’는 교육 현장을 마주하는 실감 나는 시간이었다.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님의 삶이 담긴 학교의 진짜 모습을 가슴 깊이 새겼다”라며 “현장에서 제게 쥐여주신 숙제들을 풀어서 다시 학교로 등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임태희 교육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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