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도쿄 시내엔 벤치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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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도쿄 시내엔 벤치 보기 어렵다

경기일보 2026-04-26 19:0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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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얼마 전 지인인 한 선배 교수가 도쿄를 다녀왔다고 하면서 도쿄 시내에는 벤치를 찾아볼 수 없어 무척 괴로웠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도쿄의 인구 구조는 초고령사회임에도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버스 정류장에도 벤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시내를 돌아다니다 피곤해도 앉아 쉴 수 없어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최선진국인 데다 경제력으로 봐도 시민을 위한 벤치 만들 예산이 없어 안 만드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연유로 벤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야긴가,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지난번 도쿄를 방문할 기회가 있던 차에 선배의 푸념을 들은 바도 있어 도쿄 시내의 벤치 사정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역에도 벤치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버스정류장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쿄 시내의 버스 정류장 가운데 벤치가 마련된 정류장은 30%도 안 된다고 하니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에는 벤치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80대이다 보니 도쿄 시내 여행 중 좀 앉아 쉴 곳을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우에노공원을 구경하려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한참을 들어가도 벤치가 없었다. 다리는 아파 오는데 들어가면 벤치가 있겠지 기대를 잔뜩 했으나 한참을 들어가도 벤치가 없어 시멘트로 만든 둔덕에 앉아 쉴 수밖에 없었다. 더 들어가야 벤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벤치 맛을 보지 못하고 귀가했다. 필자도 도쿄 여행 중 벤치 구경을 못해 몹시 힘들었는데 선배 교수가 무척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도쿄에 벤치를 찾기 어려운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즉, 도시정책과 사회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첫째, 노숙인들의 장기 체류 공간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벤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둘째, 보안 강화의 일환으로 공공 장소에 물건을 오래 두거나 머무는 공간 자체를 줄이기 위함이고 셋째, 도쿄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 벤치 설치가 통행 흐름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보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고 넷째, 공공시설을 최소화하면 관리비용과 쓰레기 문제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되도록 벤치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령자나 시민의 불편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도시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벤치의 설치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도시 당국의 판단에 따른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벤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유가 이 같은 깊은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참으로 일본 사람들의 철두철미한 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아니라 그런 정부 정책에 도쿄시민이 불편을 감수하고 불평 없이 잘 따라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돼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모든 지하철역에 벤치가 잘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도 으레 벤치가 마련돼 있다. 도쿄보다 서울이 신도시에 가깝기 때문에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이 여유가 있어서이긴 하지만 역 및 버스정류장에 벤치가 많이 설치돼 있다.

 

버스 정류장에는 의자가 필요 이상으로 설치된 곳도 많다. 버스 정류장 의자는 겨울이면 난방이 들어와 앉으면 추위를 달래주고 심지어 냉난방까지 설치된 스마트 쉼터도 있다.

 

어떤 사거리 빌딩 앞에는 사람들이 별로 앉을 곳이 아닌데도 벤치가 여러 개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일본에 비하면 ‘벤치천국’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벤치가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는 아직 벤치 설치가 별로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가 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일본이 우려한 문제들이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면 돈을 들여 설치한 벤치를 철거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그렇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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