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중심 상업지구에서 정부 핵심 기관 밀집 지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26일 오전(현지시간) 대부분 개방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이란 1차 종전 협상 전부터 설치됐던 바리케이드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나, 상당수는 한쪽 통로를 확보한 채 방치된 상태다.
경찰 인력 배치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됐다. 바리케이드 인근에서 경찰관이 완전히 철수한 지점도 발견됐으며, 남은 인원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며칠 전까지 무장한 채 탑승자 신원을 낱낱이 검사하던 긴장감과는 완연히 다른 풍경이다.
다만 총리 관저와 외교 시설이 위치한 적색구역 내부는 여전히 출입이 차단됐다. 완화 조치가 시내 방향으로 한 구역 앞까지만 적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의사당이 조망되는 퍼레이드 그라운드에서는 라왈핀디행 메트로 버스와 전기 시내버스 운행이 재개됐다.
정부 버스회사 소속 라킴(30) 씨는 당일 오전 6시부터 시내버스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운행 재개 소식을 인지하지 못한 시민이 많아 승객 수는 평소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메트로 버스는 텅 비어 운행했고, 시내버스 승객도 4~5명에 불과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치솟은 유가에 대응해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슬라마바드 전 버스노선에 무료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미·이란 협상을 전후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능가하는 보안 통제가 이어지면서 버스 이용객은 급감했다.
1차 협상 장소였던 세레나 호텔 인근 도로는 이날도 폐쇄 상태를 유지했다. 검문소의 한 경찰관은 VIP 투숙객이 남아 있어 그들이 떠나야 도로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손님의 신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보안 통제의 최대 피해 지역인 라왈핀디에서도 활기가 서서히 돌아오는 분위기다. 이슬라마바드와 인접해 '쌍둥이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양국 협상단 항공기가 이용 가능한 공군기지 소재지라는 이유로 약 1주일간 사실상 전면 봉쇄를 겪었다. 대다수 상점이 영업을 중단했고 시외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도 끊겼으며, 경찰 1만여 명이 시내에 투입돼 검문소마다 화물차 통행을 제한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파이자바드 고속버스 터미널은 이날 오전까지 운영을 재개하지 않았다. 반면 5km 거리의 피르와드하이 종합터미널에서는 고속버스들이 줄지어 선 가운데 운전기사들이 출발 준비에 한창이었다.
파이자바드 터미널 내 '파이살무버' 보안직원 나시르(28) 씨는 당초 이날까지 봉쇄한다고 들었으나 실제 해제 시점은 정부 지침을 기다려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터미널 규모가 워낙 커서 폐쇄 후 재개방 시 운행을 다시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2차 회담 일정이 불확실하고 협상단이 인근 공군기지를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통제 해제는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정부 운영 버스회사 '나트코' 관계자는 전날 밤부터 운행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피르와드하이 터미널 역시 통제 완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많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택시기사 와지르(47) 씨는 평상시 입구에서 터미널 안쪽까지 차로 30분 이상 소요될 만큼 붐비는 곳인데, 이날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라왈핀디 거주민 아르만(54) 씨는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보안 통제로 수도권 시민들이 감당한 고통은 상상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무산된 2차 회담이 다시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려 사전 통제가 반복될 경우 대규모 시위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휴전 중인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실패했고, 21일께 예정됐던 2차 협상도 무산됐다. 24일 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파키스탄 방문으로 주말 협상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이마저 불발되면서, 양측은 당분간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 방식을 이어갈 전망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및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과 면담해 이란 측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전날 오만으로 출국했고, 미국도 즉시 협상 대표단의 파키스탄 방문을 철회했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은 러시아 순방에 앞서 이날 파키스탄을 재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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