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 행동을 디지털로 복제해 사회를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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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간 행동을 디지털로 복제해 사회를 예측한다”

이데일리 2026-04-26 15:36: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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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그동안 ‘디지털 트윈’은 공장의 기계나 도시의 도로망 같은 무생물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까지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AI연구원 산하로 지난 10일 출범해 본격적인 다학제 연구를 추진 중인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 연구센터’의 이상구 센터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우리는 이제 디지털 휴먼 트윈을 만든다”며 인공지능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했다.

이상구 서울대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 연구센터장.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추천 알고리즘을 넘어 ‘인간 자체’를 모델링하다

기존의 AI가 단순히 “이 사람이 무엇을 살까”를 통계적으로 추측했다면, 휴먼 AI 트윈은 그 사람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까지 모델링한다. 이 교수는 이를 “물리적 공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디지털 공간에 그 사람을 모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지금까지 추천 시스템은 통계적인 방법으로 유사성을 찾아 예측을 했다면, 이제는 이분의 성격과 행동 패턴 같은 것들을 묘사해서 계절이 바뀌고 트렌드가 되면 빨간색을 살지 보라색을 살지를 조금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겁니다. 생성형 AI에 맥락을 넣어주면 수억 명의 시나리오를 학습한 이 AI가 ‘이런 맥락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할 것’이라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예측을 해 주는 거죠.”

단순한 아바타나 ‘부캐(부캐릭터)’와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인구 통계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카드 사용 기록, 인터뷰 스크립트, 설문 조사 반응 등을 결합해 개인의 프로파일을 만든 뒤, AI가 여기서 외향성이나 내향성 같은 심리학적 특성(Big 5, MBTI 등)을 끌어내 모델링의 정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하 소설 <파운데이션(foundation)>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이 현실로… 수천만 가상 인구 생성

연구센터의 목표는 개인을 넘어선 ‘소셜 시뮬레이션’이다. 이 교수는 소셜 시뮬레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하 소설 <파운데이션(foundation)> 을 꼽았다. 이 소설에는 대규모 인구의 통계적 행동 법칙을 이용해 미래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심리역사학(Psychohistory)’이라는 가상의 학문이 등장한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에는 큰 집단의 행동 패턴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심리역사학’이 나옵니다. 몇백 년 후에 제국이 망할 걸 예측해서 대처하는 내용이죠. 거기서 영감을 얻어 가상 서베이를 넘어선 소셜 시뮬레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합성 데이터 생성’ 기술을 통해 1,000명을 시드로 해서 1만 명, 100만 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국민들을 모사한 디지털 트윈들이 있으면, 거기서 특정 집단만 뽑아서 물어보거나 집단의 다이나믹스를 볼 수 있죠.”

이상구 서울대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 연구센터장.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미로피시(MiroFish)’와 ‘가즈 아이 뷰(God’s Eye View)‘가 보여주는 미래

이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화제가 된 AI 시스템 ’미로피시(MiroFish)‘를 예로 들며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소셜 시뮬레이션의 현재를 설명했다. 미로피시는 뉴스나 정책 문서 등 현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만 개의 AI 에이전트를 생성해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공개된 미로피시라는 소프트웨어는 소셜 시뮬레이션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가상 페르소나들을 집어넣으면 자기들끼리 소통하고 반응하죠. 걔네들이 주장하는 게 ’가즈 아이 뷰(God‘s Eye View, 신의 관점)’예요. 위에서 조망하는 새의 관점(Bird‘s eye view)을 넘어, 신의 관점에서 ’연준이 금리를 0.5% 올렸다‘는 뉴스 하나를 탁 넣어주면, 가상 인간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주식 시장 개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수천 가지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거죠.”

중국 대학생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방식으로 단 10일 만에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개발자 플랫폼 '미로피시'가 인기 급상승 차트 1위는 물론 64억원 규모의 투자까지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부터 정부 정책까지… ’미래 테스트‘ 도구

이 기술은 비즈니스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업은 상품 기획 단계에서 일반 소비자는 물론, 사용 경험이 낮거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극단적 사용자‘까지 포함한 가상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여론의 양극단에 가려진 ’침묵하는 다수‘의 반응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실제 적용 사례로 해외 시장 조사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야 했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있었다”며 “한·미·영 3개국만 실사 데이터를 확보하고, 남아공처럼 문화와 경제 구조가 다른 국가는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반응을 예측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이 확장되면 기업들은 신제품이나 서비스 업데이트에 대한 고객 반응을 훨씬 빠르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팬데믹과 같은 거시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사회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센터는 관찰 가능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성향, 인지 특성, 선호를 추론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인 및 집단 행동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설문조사에서 발생하는 응답 편향과 윤리적 제약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연구 방법론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단위의 대규모 디지털 휴먼 트윈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정책, 산업, 사회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 개발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4월 10일 열린 서울대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Human Twin Intelligence )연구센터’ 설립 기념 워크샵에 참여한 연구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한규섭(언론정보), 이준환(언론정보), 이유리(소비자), 추호정(소비자), 이상구(컴퓨터), 박진수(경영), 송인성(경영)님이다.


◇“민주주의 침해 아닌 보완… 융합 연구로 리스크 관리”

인간을 모델링한다는 점에 대한 윤리적 우려와 민주주의 시스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단호했다. 센터가 컴퓨터공학뿐만 아니라 심리, 행정, 사회, 법학 등 다학제적 융합 연구진으로 구성된 이유도 바로 이 ’인간 중심‘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연구센터에는 이상구 센터장(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을 중심으로 추호정 교수(의류학과), 한규섭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유리 교수 (서울대 소비자학과), 추호정 교수 (서울대 소비자학과, 부센터장), 박진수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송인성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과학적인 방법론에 가드레일과 가이드라인을 쳐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시뮬레이션이 너무 정확해져서 ’안 물어봐도 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고 부작용이 생기는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전쟁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봄으로써 작전 사령관을 죽이는 시나리오까지 발전하는 식의 예상치 못한 위험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도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봄으로써 발생 가능한 위험들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거죠.”

이 교수는 “생성형 AI로 인해 이제 우리가 꾸고 있는 이 꿈이 현실화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며, “연말까지 구체적인 기획안을 완성해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5년 내외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구 서울대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 연구센터장.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상구 서울대 휴먼 트윈 인텔리전스 연구센터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교수로,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AI) 분야의 권위자다. 현재 지능형 데이터 시스템 연구실(IDS Lab)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컴퓨터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계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인텔리시스(Intellisys)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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