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5월 13일 선출)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의장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6선의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시을)과 5선의 김태년(경기 성남시수정구), 박지원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여론과 당내 표심이 엇갈리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박 의원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조정식 의원을 중심으로 한 결집과, 중진 일부를 축으로 김태년 의원을 향한 지지 흐름도 감지된다. 민심과 명심, 그리고 중진 표심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구도여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2년 전 전반기 의장 선거는 민심과 당심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당시에도 여론과 당심에서 앞섰던 추미애 의원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며 이변이 연출됐다. 이후 당원 반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권리당원 투표 20%가 도입됐고, 이번 후반기 의장 선거는 그 변수가 처음 적용되는 무대다. 관전 포인트는 지난 선거처럼 당심과 의원 표심이 엇갈릴지, 아니면 이번에는 같은 방향으로 수렴할지에 있다.
"차기 국회의장, 민심·당심은 박지원"…의원 표심은 조정식·김태년
현재 구도는 '1강(박지원) 1중(조정식) 1약(김태년)'으로 요약된다.
시그널앤펄스가 서울의소리 의뢰로 실시한 조사(2025년 11월 28~29일, 전국 성인 1008명, 무선 RDD ARS)에서 박지원 의원은 차기 국회의장 적합도 23.6%로 1위를 기록했다. 조정식 의원(5.7%), 김태년 의원(5.2%)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조사 대상을 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박지원 44.3%, 김태년 6.6%, 조정식 6.3%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 같은 경향은 5개월 가까이 흐른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2026년 4월 20~21일, 전국 성인 1036명, ARS(RDD))에서도 박지원 25.6%, 조정식 7.2%, 김태년 3.8%로 순위는 그대로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박지원 43.7% 대 조정식 7.4%로, 약 6배 격차가 유지됐다.
여론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내 판세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명심' 조정식, 李 대표 체제 사무총장·李 대통령 정무특보 거치며 초선 지지 형성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으며 핵심 인사로 분류돼 왔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청와대 정무특별보좌관을 맡으면서, 그의 의중이 실린 후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형성된 데다, 윤석열 정부 시기 함께 활동한 의원들 사이의 결속 역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심이 곧 원내 다수파의 방향타가 된다면 여론과 당내 표심 간 간극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친문·이해찬계' 김태년, 정책위의장·원내대표…중진 지지 확보
김태년 의원은 친문이면서도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직계로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19대 국회 당시 정개특위·예결위 간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추미애·이해찬 당대표 체제에서 연달아 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정청, 야당과 고루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21대 국회에서는 180석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을 근거로 실무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에서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치며 대중 여론은 박한 거로 보이지만, 재선 이상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지세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원한 DJ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호남 조직력으로 당심 압도적 1위
박지원 의원은 앞선 두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10명 중 4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유일한 후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그는 두 후보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지역적 기반도 박 의원의 강점이다. 호남은 민주당 권리당원 전체의 약 3분의 1이 집중된 지역이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지역 선거의 기본표라고 할 수 있는 호남표 결집에 대부분 박 의원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의장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가 처음으로 반영되는 만큼, 호남 당원 표심이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가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박 의원은 친명 또는 친청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 23일 KBC광주방송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한 박 의원은 "저는 내란 극복 과정에서 친명이었고 개혁 과정에서 친청이었다"고 밝혔다. 어느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점은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친명·친청 의원들의 조직적 결집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여론에서의 압도적 강세가 당내 의원 표심으로 그대로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당심·명심 '2024 추미애 의장론' 결과는 달랐다…20% 당원 투표 추가돼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지금의 상황을 예고하는 선례다. 2024년 5월 16일 투표 직전까지 '추미애 대세론'은 의심받지 않았다. 추미애 의원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실시한 국회의장 적합도 조사(2024년 4월 27~28일, 전국 성인 1003명, 무선 ARS RDD)에서 40.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정성호 의원 6.0%, 조정식 의원 5.9%, 우원식 의원 4.7%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추 의원은 70.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우 의원은 3.7%에 불과했다.
추 의원이 민심을 얻은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다. 김진표 전 의장이 이끌던 21대 국회 후반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1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로 인해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표결→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됐고, 그 결과 21대 국회 후반기 법안 처리율은 36.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탓에 21대 국회는 결국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지층 내부에서는 국회를 대통령실과 맞서는 '전선'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협치 중심 기조를 유지했고, 이에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됐다. 결국 '싸우는 의장'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정면 충돌했던 추 의원이 그 기대에 부합하는 후보로 부상했다.
투표를 사흘 앞둔 시점, 또 다른 의장 후보였던 조정식 의원은 추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경쟁자가 잇따라 이탈하면서, 5선의 우원식 의원과 추 의원 간 양자 구도가 형성됐고, 판세는 추 의원 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우원식 의장 선출이었다. 민주당 지지자 100명 중 4명의 지지를 받던 우 의원이 100명 중 70명의 지지를 받는 추 의원을 꺾은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추 의원의 의장 낙마 배경에는 당내 중진들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추 의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했지만 동교동계와 척을 진 데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이력으로 친노 진영과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당 주요 계파에 우군이 전혀 없는 셈이었다.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같은 당 의원도 못 들어오게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한나라당 의원들과 노조법을 강행 처리했던 일 때문에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잃은 것도 두고두고 거론되는 일이다.
추 의원 낙마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강성 당원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당했다" "당심 배반" 등의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이 사태로 탈당한 당원만 2만 명에 이르렀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직접 편지를 작성해 당원 역할 강화를 위한 당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 결과가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당헌 개정이었다.
2024년 5월 전반기 의장 선거의 이변이 지금 다시 소환되는 이유가 있다. 이번 후반기 의장 선거의 구도가 전반기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당심을 등에 업은 유력 후보가 있는 가운데 계파가 분명한 중진들의 기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기에는 추미애 의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번에는 박지원 의원이 그 자리에 있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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