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자르 발레 로잔' 내한공연 게스트 출연…30명 군무 이끌며 흔들림 없는 무대
BBL, 셰익스피어 재해석한 '햄릿' 등 탁월한 기량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무대 중앙 테이블 위에 홀로 선 발레리노 김기민이 한줄기 조명을 받으며 서서히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공연장은 숨을 죽였다.
'볼레로'의 규칙적인 드럼 연주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속에 김기민은 팔로 가볍게 자기 몸을 쓸어내리고, 골반을 튕기며 관능적인 몸짓을 선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은 시선을 무용수에게 내맡긴 듯 김기민의 춤을 눈으로 좇으며 동작 하나하나를 감상했다.
지난 25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에 출연한 김기민은 2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감각적이고 열정적인 춤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를 만들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김기민은 이번 공연의 게스트 무용수 자격으로 '볼레로' 무대에 올랐다.
'볼레로'는 BBL의 창립자이자 유명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작곡가 라벨의 동명 곡에 안무를 붙인 작품이다. 테이블 위에서 독무를 선보이는 '라 멜로디' 역을 맡은 김기민은 테이블 밑 30명 넘는 무용수들을 이끌며 시종일관 에너지를 뿜어냈다.
테이블 밑 무용수에게 활력을 불어넣듯 원형 테이블을 따라 스텝을 밟고, 힘차게 팔을 뻗는 대목에서는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몸에 힘을 풀고 양팔을 잡아당기는 동작으로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줬다.
김기민은 쉼 없이 춤을 추는 동안에도 공연에 완벽히 몰입한 채 흔들림 없이 안무를 소화했다.
공연 후반부 공중에서 회전하는 순간 사방에 땀방울이 튀는 장면에서는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30명 넘는 무용수들이 그를 완전히 둘러싼 가운데 김기민은 양손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며 격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관객들도 김기민의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은 듯 폭발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끊이지 않는 박수와 환호에 커튼콜은 5분 가까이 이어졌고, 김기민은 함께 한 동료 무용수들과 기쁨을 나누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BBL은 이날 '볼레로' 외에도 '햄릿', '불새'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탁월한 기량을 뽐냈다.
1부에서 선보인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해 직관적인 감정표현과 소품 활용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무용수들은 햄릿이 복수를 향한 열망에 사로잡혀 몸부림치는 대목이나, 연인 오필리아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연극 무대에 오른 것처럼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오필리아 역을 맡은 한국인 무용수 이민경은 동료 무용수에게 몸을 맡긴 채 회전 동작을 선보이는 등 뛰어난 호흡을 자랑했다.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고 물에 뛰어드는 대목에서는 물을 상징하는 비닐 재질 소품 속에서 몸부림치며 비극적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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