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도민을 책임지는 전국 최대 광역단체의 행정 수장으로, 산업·주거·교통·복지 등 국가 정책 대부분이 압축된 현장을 직접 관리하는 자리다. 정책 성과가 곧바로 민심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행정 능력과 정책 설계·집행력이 경기지사 후보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 등을 도입하며 정책 실행력을 입증한 바 있다. 경기지사를 거친 이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도약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지사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일찌감치 '추미애 확정'으로 선거 구도 선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추미애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하며 선거 체제를 조기에 구축했다. 추 후보는 29일 의원직 정리 이후 곧바로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후보 확정 시점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사실상 국민의힘보다 한 달 먼저 선거에 돌입한 셈이다. 지방선거 특성상 조직과 메시지 선점이 중요한 만큼, 초반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경기도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 핵심 지역과 맞닿아 있는 동시에, 접경 지역과 농촌을 포함한 31개 시·군으로 구성된 복합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경기지사는 도시 문제와 지역 균형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경기지사는 수도권 전체를 조정하는 역할과 함께, 다양한 지역 여건에 맞게 정책을 구현하는 행정 책임자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추미애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당내 강성 지지층의 결집력을 갖췄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아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최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검찰·사법개혁 입법을 주도해 왔기에 정치적 존재감도 뚜렷하다. 또 사법개혁 이슈를 선도하며 강성 지지층 결집력을 보여왔다는 점 역시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추 후보는 지방행정 경험보다 중앙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앞선다는 점이 본선 확장성 측면에서 변수로 꼽힌다. 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결집에는 강점이 있지만 중도층, 무당층 확장성에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400만 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 광역단체인 만큼, 당심뿐 아니라 본선 경쟁력도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후보난'…중량급 불출마에 조직 분열까지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내홍을 겪고 있다. 당초 거론됐던 유승민, 안철수, 김은혜 등 중량급 인사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조광한 전 최고위원도 중도 하차했다.
현재는 양향자 최고위원, 함진규 전 의원,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가 경선을 치르는 구도가 잡혔지만,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쟁력 부족'을 이유로 최근까지 추가 모집을 단행하면서 혼선이 이어졌다. 최종 후보 발표는 5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선거까지 한 달 남겨두고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다.
당내 균열 조짐도 뚜렷하다. 경기 지역 의원 6명(김선교·김성원·송석준·안철수·김은혜·김용태)은 21일 중앙당과 별도로 '독자 선대위' 출범을 선언하며 사실상 지도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들은 "현장을 지키는 우리가 직접 선거 엔진을 돌리겠다"며 중앙당 리더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개혁신당 변수…조응천 카드와 '보수 단일화' 부상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개혁신당이다. 개혁신당은 조응천 전 의원 영입을 추진하며 경기지사 선거 판 흔들기에 나섰다. 검사 출신인 조 전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중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청와대를 떠났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으로 지냈다. 이후 친명계와 갈등을 빚다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조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단순한 3자 구도를 넘어 '범보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민의힘 후보군에서도 개혁신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언제든 같은 목표와 목적을 위해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성배 전 아나운서 역시 "추미애 후보를 이기기 위한 상황이라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 결과] 2022년 0.15%p 초접전…역대 경기지사 선거, 대체로 접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기지사 선거를 포기할 상황도 아니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역대 경기선거에서는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해 왔다.
2018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크게 이긴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승부는 박빙이었다. 2010년에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4.41%포인트 차로 꺾었고, 2014년에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0.8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선거에서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개표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0.15%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처럼 경기지사 선거는 대체로 접전 끝에 승부가 갈리는 선거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단일화를 이룰 경우 판세를 뒤흔들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추미애 독주'…전 연령·지역서 우세
여론조사 흐름은 현재까지 일방적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 후보는 양향자 후보와의 대결에서 56% 대 27%, 함진규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55% 대 27%를 기록해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특히 연령별로 40~50대에서는 추 후보 지지율이 70%를 넘겼고, 20대와 30대에서도 50%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대에서 고른 우세를 보였다.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경기 동북부에서도 50% 이상을 기록했다. 성별·연령·지역을 가리지 않는 추 후보의 확장성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해당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됐고, 이성배 전 아나운서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판세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흐름은 추 후보 우세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경기지사 선거는 '추미애 대 미정 후보'로 요약된다. 다만 선거 특성상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의힘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고, 개혁신당과의 단일화까지 성사시킬 경우 판세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는 세계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9~10일 경기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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