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신작들이 쏟아지는 무한 경쟁의 시대. 드라마가 시청자의 리모컨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5분, 오프닝 시퀀스에 달려 있다. 이번 주, 각기 다른 장르와 매력으로 무장하고 출사표를 던진 세 편의 신작들이 보여준 강렬한 ‘첫 장면’들을 모아봤다.
SBS 수목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방송 사고와 완판 사이, 쾌감의 서막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방송국 복도를 훑으며 시작된다. 생방송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스튜디오, 그 중심에는 현란하게 입을 풀고 있는 셀럽 게스트 ‘무중력’ 역의 박지환이 있다. 하지만 축제여야 할 현장은 이내 초토화된다. 메인 쇼호스트 담예진(채원빈)의 실종. 연락 두절된 주인공 없이 시작된 방송이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 화면 너머 이원생중계로 등장한 담예진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전 물량을 완판시킨다. 탑 쇼호스트로서 주인공의 ‘능력치’를 단번에 각인시킨, 영리하고도 짜릿한 서사의 서막이다.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
드론의 시선으로 포착한 힘의 비대칭
〈은밀한 감사〉의 오프닝은 지극히 현실적인 자극을 선택한다. 텅 빈 회의실에서 밀회를 즐기는 남녀 위로 차가운 기계음의 드론이 비행한다. “결국 서열이 나뉘고 힘의 비대칭이 생긴다”는 주인공 노기준(공명)의 건조한 내레이션은 이 작품의 서사를 한 문장으로 응축한다. 드론 촬영을 통해 비리 현장을 포착하는 감사팀의 에이스 노기준의 등장은 그래서 더 강렬하다. 특히 첫 장면의 불륜 서사가 이후 새로운 감사실장 주인아(신혜선)의 부임과 함께 노기준의 보직이 ‘PM(풍기문란) 감사’로 변경되는 설정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이 드라마가 보여줄 유머와 긴장의 절묘한 완급조절을 예고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8회차의 금기, 잔혹한 영 어덜트 호러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선보인 YA(Young Adult) 호러 〈기리고〉는 앞선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한밤중의 교정, “너희들이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저주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여학생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잔인하다. 이 비극적인 제의가 끝나서야 떠오르는 타이틀 〈기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의 저주와 맞닥뜨린 고등학생들의 사투는 이렇게 시작된다. 대중에게 낯선 신인 배우들의 배치는 오히려 극의 현실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피할 수 없는 공포의 굴레로 밀어 넣는다.
{ 드라마의 오프닝은 시청자에게 던지는 가장 정중하면서도 발칙한 초대장이다. 탑 쇼호스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부터 도덕적 결벽과 세속적 욕망이 충돌하는 감사의 현장, 그리고 죽음을 소환하는 잔혹한 애플리케이션까지. 2026년 상반기 안방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서사의 성찬을 차려냈다. 자, 당신은 이 매혹적인 선택지 중 기꺼이 어느 곳에 당신의 귀한 시간을 저당 잡힐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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