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익성 둔화와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내수 둔화,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기업 신용위험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KB금융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현재 매출 30조1441억원, 영업이익 8조7509억원, 순이익 6조272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3.4%, 2.7%, 7.4% 성장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매출 28조869억원, 영업이익 7조5001억원, 순이익 5조5202억원 규모를 시현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0.4%, 6.8%, 8.6% 늘면서 연간 순이익이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연간 추정치는 매출 23조6220억원, 영업이익 5조8012억원, 순이익 4조2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5.2%, 8.4%, 6.2% 성장한 규모다.
우리금융은 매출 22조7339억원, 영업이익 4조5619억원, 순이익 3조4142억원 규모를 시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년 대비 각각 7.3%, 24.1%, 5.8%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23일 KB금융·신한금융을 시작으로 24일 하나금융·우리금융까지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잇따라 진행됐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5조329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289억원) 대비 8.1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으로, 합산 순이익이 분기 기준 5조원을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1조8924억원의 순이익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고, 신한금융(1조6229억원)·하나금융(1조2100억원)이 뒤를 잇는다.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수준인 6038억원을 시현한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 중장기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기업대출이 메운 가계대출 공백…건전성 문제 남아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에 1분기 가계대출이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반면, 기업대출은 약 15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0조7618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6조3356억원 확대됐고,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8조7127억원 늘어 179조119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줄어든 가계대출 규모에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로 혁신 기업 등에 자금 공급을 확대한 영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과 내수 침체 등이 기업들의 상환 여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서 2분기 기업 신용위험지수는 대기업이 25, 중소기업은 36으로 직전 분기보다 모두 올랐고, 연체율 역시 지난해 12월 0.59%에서 올해 2월 0.76%까지 올랐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출을 늘릴수록 리스크 관리 부담 또한 빠르게 커지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 지표 또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NPL)은 2025년 말 기준 11조9346억원으로 2024년 말 대비 9.8% 증가했으며, 부실을 흡수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NPL커버리지비율 또한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123.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금융권은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 같은 담보물 대출 구조로는 금융업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업 계획서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출 심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단순 기업대출 확대는 생산적 금융이라고 말할 수 없고, 내수 악화 등으로 연체율 또한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고환율에 위협받는 주주환원…RW 250% 조정으로 돌파구 찾을까
금융권에서 공격적인 주주환원을 내세운 만큼 실적뿐 아니라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KB금융의 주주환원율은 52.4%를 기록했고, 신한금융도 50.2%를 조기 달성하는 등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 50% 시대’가 열렸다. 하나금융 또한 46/8%로 목표치에 근사한 수준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내수 수요 기반 약화,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른 연체율 상승 우려 등 중장기 수익성 악화 요인이 누적되는 가운데 고환율 지속까지 겹치며 금융지주들의 리스크 관리 부담 또한 심화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의 기반이 되는 기업대출과 벤처캐피털 등 모험자본은 신용 위험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게 평가되는 자산군으로, RWA 확대가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압박이 불가피하다.
환율이 10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0.2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91.15원을 기록하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 점도 부담이다. CET1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해외채권·해외법인 투자 등 외화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면서 CET1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 추정치는 KB금융 13.63%, 신한금융 13.19%, 하나금융 13.09%, 우리금융 13.6%로 집계됐다. 4대 금융지주는 CET1 13% 초과분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비율이 하락하면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이 직접적으로 줄어들고,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비축하면 당기순이익도 그만큼 감소한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주환원 확대에는 제약으로 작용한다.
다만 자본비율 개선 여지도 일부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 보유 비상장 기업 주식의 위험가중치(RW)를 현행 400%에서 250%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3년 이상 보유한 비상장 주식에 RW 250%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단기매매 목적의 비상장 주식 또는 벤처캐피탈에는 기존 400%가 유지된다. 이는 RWA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외화 자산은 위험가중치 상승을 야기해 CET1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은행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 적용은 개선 요인으로 반영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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