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기행’이 봄이라는 계절의 유효기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방송되는 ‘지금 아니면 못 먹어요’ 편은, 짧게 열리고 빠르게 닫히는 제철의 문을 따라간다.
유통이 계절의 경계를 흐려놓은 시대에도, 여전히 자연이 정한 시간표를 벗어나지 못하는 맛들이 존재한다. 제작진은 그 찰나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지금’이라는 시간에만 허락된 풍경과 식탁을 기록했다.
■벚꽃과 함께 열리는 강의 시간
첫 회는 남도 섬진강에서 시작된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와 맞물려야만 만날 수 있는 재첩과 벚굴이 주인공이다. 강의 수온과 흐름, 계절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채취 자체가 하나의 기회이자 도전이다.
오랜 세월 강과 호흡해온 주민들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 리듬 앞에서 인간의 노동이 얼마나 섬세하게 조율되는지 드러난다. 봄이라는 시간대에만 허락된 강의 맛은 그렇게 짧고 강렬하게 지나간다.
■단 70일, 바다의 속도에 맞춘 미식
둘째 날은 충남 당진 장고항으로 무대를 옮긴다. 실처럼 가느다란 생김새의 실치는 1년에 약 70일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봄 별미다. 특히 물 밖으로 나오면 দ생명력을 잃는 특성 때문에, 산지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현지에서는 실치회를 비롯해 전과 국, 건조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식탁에 올린다. 짧은 기간 동안 집중되는 이 풍경은 계절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읽힌다.
■열흘의 기회, 산이 내어주는 생명력
세 번째 이야기는 덕유산 인근 고지에서 펼쳐진다. 산마늘은 잎이 여릴 때만 식재료로서 가치가 있어, 채취 시기가 길어야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도시를 떠나 산에 정착한 한 농부의 삶은, 이 짧은 시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선택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봄 멸치, 익숙함을 뒤집는 순간
네 번째 편에서는 거제 외포항의 봄 멸치를 조명한다. 사계절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지만, 봄철에는 크기와 지방이 달라지며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 시기에는 멸치를 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더해진다.
새벽 바다에서 시작된 조업은 곧바로 식탁으로 이어진다. 갓 잡은 멸치가 다양한 요리로 변주되는 과정은, 바다와 식문화가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터 위에 쌓인 시간의 맛
마지막 회는 경기 양평의 오일장을 배경으로 한다. 봄나물이 한창인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전집은, 계절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래, 두릅, 냉이 등 다양한 재료가 한 장의 전으로 완성된다.
오랜 세월 장사를 이어온 한 할머니의 손끝에는 시간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음식은 한 사람의 생애와 계절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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