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서 출간한 이론서 'K팝 댄스' 한국어판 펴내
"케데헌 보고 자란 전 세계 아이들, 강력한 K팝 미래 소비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정에선 수십 명의 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스윔'(SWIM)에 맞춰 안무를 따라 했다.
교양수업으로 K팝 댄스 이론을 수강하는 이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댄스 챌린지였다.
지난 2023년 미국 대학 최초로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된 이 K팝 댄스 수업을 이끄는 것은 이 대학 무용이론학과 오주연 교수.
수업 교재를 겸해 2023년 현지에서 출간한 'K팝 댄스'의 한국어판을 최근 내놓은 오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첫 수업 개설 이후 학생들이 계속 늘어 이번 학기엔 정원 80명이 다 차고 대기 명단도 매우 길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K팝 댄스학의 선구자 격인 오 교수는 한국에서 예중·예고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무용수 출신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을 마치고 2010년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으로 K팝 댄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무용부터 발레, 현대무용까지 줄곧 순수무용을 해온 그였지만, 대학원 진학 이후 대중문화로서의 무용으로 관심이 기울었다.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한 오 교수의 눈에 모든 장르가 다 녹아있는 K팝 댄스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K팝의 위상은 지금 같지 않았어요. 2013년에도 BTS가 미국 거리서 전단지를 돌렸다고 하니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K팝이 뭔지 몰랐죠. 전 한국에 대한 그리움에 유튜브에서 한국 가수들을 많이 봤는데, 그 무렵 K팝의 무게 중심이 춤으로 많이 옮겨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직감적으로 K팝이 나중에 힙합처럼 독립적인 장르가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그렇게 K팝 댄스를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오 교수는 영어로 된 참고문헌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썼고, 극장에서 하는 무용만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교수들을 설득해 K팝 댄스 과목 개설에도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K팝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져 영문판 'K팝 댄스'는 아마존에서 분야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고, 오 교수의 수업은 타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늘 만원이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 중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K팝을 듣고 자랐더라고요. 가수나 노래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한국 문화나 K팝 산업 등 배경지식은 없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학술적인 설명을 접하니 눈을 반짝이며 듣습니다."
오 교수가 영문판을 직접 번역하고, 한국 독자와 최신 상황에 맞게 가감한 이 책에는 K팝 댄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더불어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K팝 팬덤의 특징 분석 등이 담겼다.
"K팝 팬들은 K팝 아이돌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커버댄스를 춥니다. 다른 팬들에게선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현상이죠. K팝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쉽게 각인되는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듭니다. 팬들이 아이돌을 모방하고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팬더밍'(fandoming)합니다."
K팝에 있어 댄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됐다고 말하는 오 교수는 10여 년 전 그의 예측대로 K팝 댄스가 이미 "하나의 무용 장르"가 됐다고 말한다. 극장이 아닌 화면을 통해 한 번에 강렬한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한 K팝 댄스만의 테크닉이 있고, 이는 다른 장르와도 구별된다고 오 교수는 설명했다.
무용가이자 K팝 댄스 이론가로서, 그리고 K팝의 위상 변화를 미국에서 줄곧 목도한 사람으로서 오 교수는 K팝의 높은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대단한데, 어린이 시청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본 둘리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어릴 때 본 '케데헌'을 잊지 못하는 전 세계 아이들이 앞으로 가장 큰 K팝의 소비층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선 'K팝의 인기가 시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 K팝 인기의 전파 양상을 볼 때 최소 20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오 교수가 K팝 '장기 흥행'을 예측하는 또 다른 근거는 국내외에서 K팝이나 K팝 댄스 교육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체계화된 교육으로 재생산이 가능해지면 오래 명맥을 유지할 길도 열린다.
이를 돕기 위해 오 교수는 두 번째 책 'K팝 댄스 교육 : 꿈꾸는 이들에게'(K-pop Dance Education: To Dreamers)를 최근 집필해 오는 6월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아동부터 성인 대상 평생교육까지 K팝 교습 가이드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곳에서 K팝 댄스와 한국 문화가 체계적으로 전수되길 오 교수는 희망했다.
컬처룩. 348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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