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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종병원 손정아 심장이식코디네이터] “시술 중 심정지가 발생해 ECMO를 삽입합니다.”
“ECMO가 필요한 환자가 전원 옵니다.”
“ECMO 치료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선생님.”
밤 12시. 심폐기팀의 전화를 받고 스프링처럼 몸이 튀어 올라 병원으로 달려간 날이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ECMO가 필요한 순간부터 심장이식이 이루어지는 순간까지, 그 사이를 이어주는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환자가 심정지로 무너지는 순간에도, 기계순환보조가 시작되는 순간에도, 그리고 그 끝에서 심장이식이라는 마지막 가능성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3월과 4월 사이, 시간은 ‘정신없다’는 말조차 꺼낼 틈 없이 흘러갔다.
“코디 선생님은 집에 안 가세요?”
“모른 척하고 좀 들어가세요. 이러다 번아웃 오겠어요.”
중환자실에는 이상한 유행이 돌 때가 있다. 투석이 필요한 환자가 한 명 생기면 어느새 세 명, 네 명으로 늘어난다. ECMO도 마찬가지다.
한 명으로 시작한 ECMO 환자가 둘이 되고, 결국 셋이 되었다. 급히 예비 장비까지 빌려와 대기시켜야 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월화수목금금금.
그런 시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날 밤 9시쯤이었다.
“A환자는 제가 학회 끝나고 출근하면 바로 ECMO를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많이 안 좋네요.” 심장이식센터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다시 심폐기팀에서 전화가 왔다.
“A환자 심정지로 ECMO 삽입합니다.”
스무 살. 그 환자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2년 전, 그는 ECMO를 단 채 우리 병원으로 왔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결국 심장이식을 받았다. 이식 후 1년 가까이 상태는 아주 좋았다.
외래에서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농담도 주고받았다. 때로는 연애 상담까지 할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숨이 차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서 찍은 흉부 X-ray 사진을 보내오며 말했다.
“심장이 이상한 것 같아요.”
나는 곧바로 답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오세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이식 받은 심장은 다시 나빠지고 있었다. 여러 치료와 입퇴원을 반복하며 1년을 더 버텼다. 환자는 점점 지쳐갔고, 우울해했다.
결국 재이식 등록을 준비하게 되었다.
재이식은 단순히 다시 등록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환자의 현재 상태, 재이식이 필요한 이유, 면역학적 위험, 다른 장기 기능, 수술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두 함께 봐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자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고, 필요한 자료와 절차를 빠짐없이 준비하는 것이었다. 의학적 판단은 이식팀의 논의 속에서 이루어지고, 나는 그 판단이 제때 실행될 수 있도록 길을 놓는다.
그래도 마음은 흔들렸다. 병실에서 만날 때마다 늘 밝게 웃어주던 환자였다. 재이식을 하더라도, 이렇게 심정지까지는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샤워하다가 심정지로 쓰러져 ECMO를 넣은 어린 환자의 모습에서 2년 전 처음 ECMO를 달고 인천세종병원에 왔던 그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당시 중환자실에는 또 다른 ECMO 환자가 있었다. 같은 혈액형. 이 환자 역시 심기능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식 대기자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두 명의 환자가 동시에 ECMO에 의지하고 있었다. 둘 다 위중했고, 둘 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만약 뇌사 장기기증자가 발생한다면, 누구에게 먼저 심장을 이식해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코디네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의 생명을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 기증자 정보가 들어왔을 때 바로 검토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수술팀과 중환자실, 검사실, 혈액은행, 약제팀이 움직일 수 있도록 미리 연결해두는 것. 그리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 결정이 가장 안전하게 환자에게 닿도록 만드는 것.
고민은 함께 했다. 하지만 판단은 감정이 아니라 기준 위에서 내려져야 했다. 마음이 앞서갈수록 우리는 더 차분해져야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주쯤 지났을 때, 뇌사 장기기증자 연락이 왔다. 그것도 두 곳에서 동시에. 게다가 적출 병원 두 곳 모두 우리 병원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A병원 기증자의 심장, 인천세종병원 이식대기자 두 분이 1순위, 2순위 되십니다. 적출 시간은 내일 오전 예정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다.
“B병원 기증자의 심장도 세종병원 이식대기자 두 분이 1순위, 2순위 되십니다. 적출 시간은 내일 오후 예정입니다.”
전화기를 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명의 ECMO 환자. 두 곳의 기증자. 두 개의 심장. 기적 같았지만, 동시에 무서웠다.
하루에 심장이식 두 건. 병원 개원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수술만 결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수술방, 중환자실 병상, 흉부외과, 마취과, 심폐기팀, 혈액은행, 검사실, 약제팀, 병동, 응급실, 보안팀, 구급차 동선까지 모두 맞아야 했다.
“두 분 다 상태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내일 두 분 모두 이식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이식센터장님에게서 그 말이 나왔을 때, 모두가 알았다. 이것은 단순히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해낼 수 있는지, 안전하게 해낼 수 있는지, 두 환자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각 부서에서 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수술방 준비 가능합니다.”
“중환자실 가능합니다.”
“혈액은행 문제 없습니다.”
“검사실 가능합니다.”
“약제팀 준비하겠습니다.”
“적출 시간만 잘 조정되면 이식 수술 두 건, 해볼 만합니다.”
그 순간, 무서울 정도로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의학적 판단과 팀의 준비가 한 방향으로 모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판단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었다.
코디네이터의 시간이 시작됐다.
A병원 적출 시간은 오전 10시로 확정됐다. 더 앞당기기는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B병원 적출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 나는 B병원 코디네이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환자의 위중함, A병원 적출 일정, 수술팀과 적출팀의 동선, 그리고 두 환자 모두에게 시간이 절박하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했다.
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상대 코디네이터가 물었다.
“적출 시간이 1시면 환자가 어렵고, 2시면 살 수 있다는 뜻인가요?”
나는 숨을 고르고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고작 한 시간 차이. 그러나 그 한 시간은 누군가에게 생애 전체였다.
상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살려야죠. 최대한 일정에 맞춰보겠습니다.”
나는 짧게 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전장 한가운데서 생명을 두고 협상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싸움이 아니었다. 기증자의 숭고한 마음이 가장 안전하게, 가장 필요한 환자에게 닿도록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결국 일정은 이렇게 정리됐다.
A병원 오전 10시.
B병원 오후 2시.
병원 전체에 공지가 나갔다.
‘적출 시간은 A병원 오전 10시, B병원 오후 2시입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전군, 출정하라.
적출팀은 한 팀이 움직이기로 했다.
먼저 A병원에서 심장을 적출해 본원으로 가져온다. 첫 번째 심장이 도착하면 곧바로 첫 번째 이식이 시작된다. 그 사이 적출팀은 다시 B병원으로 이동해 두 번째 심장을 적출해 돌아온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기 어려운 일정이었다. 구급차 이동 동선도 다시 짰다. 병원 위치가 달라 차량 한 대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수술이 빨라질 경우. 늦어질 경우. 교통이 막힐 경우. 심장 도착 시간이 앞당겨질 경우.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했다.
“적출팀이 A병원 심장을 가지고 본원 응급실로 오면 제가 직접 받아 수술방으로 올라가겠습니다. 팀은 심장만 전달하고 곧바로 B병원으로 이동하세요.”
그날 우리는 릴레이 경주를 하고 있었다. 심장이라는 바통을 손에서 손으로 넘기며.
기증 병원의 코디네이터에서 적출팀으로, 적출팀에서 이식코디네이터로, 이식코디네이터에서 수술팀으로, 그리고 마침내 환자에게로. 보안팀은 내가 지나가는 길마다 동선을 비워주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었다.
누가 크게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 지나가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선물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기회였다.
“적출팀, A병원에서 본원으로 기증자 심장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이식코디네이터가 본원 응급실 앞에서 A병원 기증자 심장을 인계받아 수술방으로 올라갑니다.”
“적출팀, B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짧은 무전과 전화가 이어졌다. 그 한 문장 한 문장에 모두의 심장이 함께 뛰고 있었다. A병원 기증자의 심장이 첫 번째 환자에게 들어갔다.
그리고 스무 살 청년은 두 번째 심장을 받기 위해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수혜자 입실합니다.”
중환자실과 수술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호자 대기실에는 두 가족의 긴장과 기도가 가득했다. 걱정, 안도, 감사, 두려움. 그 감정들이 두 가족의 얼굴 사이를 번갈아 지나갔다.
밤 9시. B병원 기증자의 심장이 무사히 도착했다. 첫 번째 이식 환자가 수술을 마치고 나왔고, 곧이어 두 번째 수술이 이어졌다.
이 릴레이 이식 수술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ECMO 환자. 하루 두 건의 심장이식. 재이식. 모든 것이 고위험이었다. 그럼에도 두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수술 후 예후를 걱정하며 들어갔던 스무 살 청년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회복해 병동으로 갔다. 또 다른 ECMO 환자 역시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얻었고, 빠르게 회복해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사실 그날, 우리 병원 바로 다음 순위 병원의 코디네이터에게서도 몇 차례 전화가 왔다.다른 기관의 코디네이터들과 KONOS 담당자에게서도 연락이 이어졌다.
“정말 두 곳의 기증자 심장을 모두 받으시는 게 맞나요?”
“가능하신가요?”
나는 답했다.
“네. 저희는 가능합니다.”
그 말은 자만이 아니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손과 발, 판단과 헌신, 그리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 만든 대답이었다.
누군가는 환자의 상태를 판단했고, 누군가는 수술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ECMO를 지켰고,
누군가는 피를 준비했고, 누군가는 약을 챙겼고, 누군가는 길을 비워주었고, 누군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었다. 나는 그 사이를 연결했다.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시간이 끊기지 않도록, 기증자의 마음이 환자에게 무사히 닿도록.
그날 우리는 두 개의 심장을 이식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했다.
심장 재이식은 왜 더 어려운가 -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중증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
심장 재이식은 첫 번째 심장이식보다 위험도가 높은 치료다. 특히, 재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ECMO나 인공호흡기 같은 기계적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첫 번째 심장이식 후 생존율이 비교적 높은 것에 비해, 재이식의 예후는 더 낮게 보고된다. 따라서 재이식은 단순히 “다시 한 번 이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술 전 평가부터 수술 직후 30일, 그리고 1년까지의 합병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재이식은 첫 이식보다 더 어려울까.
첫째, 면역학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첫 번째 이식 이후 환자는 여러 항원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기는 감작 상태가 될 수 있고, 이는 재이식 후 급성 거부반응이나 항체매개 거부반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수술 자체가 더 어렵다.
이미 한 번 가슴을 열고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흉강 내 유착이 심한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개흉술은 출혈 위험, 수술 시간, 수술 난이도를 모두 증가시킨다.
셋째, 재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전신 상태가 더 나쁜 경우가 많다.
이식심장관상동맥병증, 진행된 이식심부전, 신장 기능 저하, 감염 위험, 폐고혈압, 반복 입원 등이 이미 동반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이식 후 회복과 장기 예후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재이식의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우도 있다. 첫 이식 후 어느 정도 긴 시간이 지난 뒤 재이식을 받는 경우, 신장과 간 등 다른 장기 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경우, ECMO 같은 기계순환보조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경우, 면역학적 감작 정도가 낮은 경우, 심한 폐고혈압이 없는 경우에는 예후가 더 좋을 수 있다. 결국 재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환자 선별과 시점 결정이다.
수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 재이식이 필요한 원인, 면역학적 위험도, 동반 장기 기능, 수술 시점, 기증자와의 적합성을 모두 함께 판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LVAD나 ECMO 같은 기계적 순환보조장치를 이용해 환자를 안정화한 뒤 재이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고감작 상태에서는 혈장교환술, IVIG, 항체 조절 치료 등을 통해 면역학적 위험을 낮추는 전략을 고려하기도 한다.
심장 재이식은 두 번째 심장을 넣는 수술이 아니다. 환자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놓고, 언제, 누구에게, 어떤 준비를 거쳐 시행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고난도 치료다.그날의 두 번째 심장이식이 더 특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 환자는 ECMO에 의지하고 있었고, 재이식이었으며, 수술 위험도 높았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끝까지 가능성을 검토했고, 코디네이터는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도록 시간을 만들었고, 병원의 모든 부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래서 그날의 기록은 단순한 수술 기록이 아니다. 심장이 멈춰가던 두 사람에게, 한 팀이 끝까지 시간을 만들어준 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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