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강의 개인전 〈코라〉(2026) 중 한옥에 있는 ‘Chora II’(2025–2026)의 설치 전경.
삼청동 국제갤러리에는 K1에서 K2로 넘어가는 길목에 ‘한옥’이라는 이름의 부록과도 같은 전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디귿자 한옥의 기본 형태대로 실내 전시 공간이 나오고, 전시 공간의 유리 벽을 통해 그 안에 있는 중정이 보인다. 마치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갔더니 다시 실외가 나타나는 듯한 이 멋진 구조의 중심에 로터스 강의 ‘코라 II’(Chora II)가 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필사적으로 허기를 어필하고 있는 듯한 이 아기 새는 무언가를 움켜쥐고 서 있다. 마치 버섯과도 비슷하게 생긴 그것은 연근이다. 연근은 말 그대로 ‘lotus root’. 로터스의 뿌리를 밟고 있는 그 새는 로터스 강이다. 아니, 제임스 최일 수도 있고 스테파니 박일 수도 있다. 로터스 강은 캐나다 출신이지만, 그 새는 이탈리아 이민자 2세일 수도, 프랑스 이민자 3세일 수도 있다. 전시 제목이자 작품의 이름이기도 한 ‘코라(chora)’는 불가리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확장한 개념어에서 따왔다. 정신분석학에서는 태아와 어머니의 몸이 맺는 관계 속에서 형식도 언어도 존재하지 않는, 혼돈 이전의 원초적 상태를 뜻한다. 로터스 강은 “많은 정신분석 이론가들은 ‘코라’라는 단계 이후에 나타나는 언어적 발달 단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이 코라의 영역을 확장시켜 의미 생성의 조건일 뿐 아니라 촉매로도 설명합니다. 즉 어떤 형식이 없거나 구조가 없는 것이 오히려 구조와 형식이 생겨나는 조건이라는 얘기지요”라고 말했다. 또한 크리스테바는 이를 “예술가와 시인들이 되돌아가 작업하는 장소”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에게 자신이 모르는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와 보는 귀환의 경험은 늘 새로운 형식, 심지어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촉매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로터스의 루트를 꽉 움켜쥐고 영감의 언어를 받아먹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갯짓을 하는 아기 새가 있는 공간. 그곳 전체가 ‘코라’다. 로터스 강의 전시 〈코라〉는 5월 10일까지 국제갤러리 한옥과 K3에서 열린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