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2만 원대인데도"...외로운 2030들 밤마다 줄 서서 들어가는 의외의 장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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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에 2만 원대인데도"...외로운 2030들 밤마다 줄 서서 들어가는 의외의 장소는

살구뉴스 2026-04-25 16:00:00 신고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폭음과 왁자지껄한 회식 문화가 저물고 '혼술'과 '느슨한 교류'가 2030세대의 새로운 음주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상권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 골목마다 불을 밝혔던 전통적인 호프집과 간이 주점들이 속속 문을 닫는 반면, 낯선 사람과 닉네임으로 소통하는 이른바 '소셜 혼술바'는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사이 2,000곳 증발... 몰락하는 전통 주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국세청이 발표한 최근 지역경제지표에 따르면 소주와 맥주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일반 호프 주점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호프집은 2만 656곳으로 불과 1년 만에 2,172곳(9.5%)이 폐업했다. 중장년층의 아지트이자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였던 간이 주점 역시 같은 기간 10.4% 감소하며 8,000여 곳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주류 소비의 주축인 2030세대가 더 이상 '취하기 위한 음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양을 채우는 폭음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성비 위주의 호프집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고물가 여파로 '불필요한 술자리는 피하자'는 인식이 강해진 점도 줄폐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호프집 2천 곳이나 문 닫았다니 진짜 시대가 변했네", "이제는 시끄러운 술집에 가면 기가 빨려서 못 있겠다", "부장님이 끄는 회식 장소였던 호프집의 몰락이 당연해 보인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름은 묻지 마세요" 닉네임으로 만나는 혼술바 열풍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전통 주점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뜻밖에도 '혼술바'였다.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국내 혼술바 관련 검색량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달 사상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홍대, 성수, 강남 등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지역에는 혼자 온 손님들끼리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된 '소셜 바' 형태의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익명성'과 '거리감'이다. 손님들은 본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고 나이와 직업을 묻지 않는 것을 암묵적인 규칙으로 삼는다. ㄷ자 형태의 테이블에 앉아 낯선 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과거 감성주점처럼 적극적인 합석이나 만남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2030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다.

해당 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은 "밤마다 낯선 사람과 한 잔하는 게 더 편하더라", "이름이나 나이 안 묻고 닉네임만 쓰는 거 너무 좋다", "친구 만남은 부담스럽지만 고립되는 건 싫을 때 혼술바를 찾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깊은 인간관계 맺기에는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고립감만큼은 피하고 싶어 하는 청년층의 복합적인 심리가 '느슨한 연결'이라는 형태로 발현된 셈이다.

 

양보다 질... 위스키와 칵테일로 옮겨간 주류 취향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주류 소비 방식의 변화도 이 같은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소주와 맥주 중심의 출고량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1만 8,000원대를 호가하는 위스키나 칵테일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 빠르게 취하는 것보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맛을 경험하는지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청년들의 '경험 소비' 성향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비싼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그 공간이 주는 감성과 낯선 이와의 새로운 자극을 함께 구매한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혼술바에서의 경험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새로운 놀이 문화로 정착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낯선 이들과 만나는 소셜바의 기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익명성에 기반한 만남인 만큼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에티켓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주들 역시 매장 이용객들이 공간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추세다.

과거의 폭음 문화가 지고 취향과 소통이 결합한 새로운 음주 문화가 뜨면서, 향후 주류 및 외식 산업은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한 잔의 술에 담긴 '맛'과 '연결'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2030세대의 발걸음이 앞으로 상권 지도를 어떻게 더 바꿔놓을지 방송가와 유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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