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입맛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 식탁 위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반찬 중 하나가 명란젓이다.
명란젓 자료사진 / riphoto3-shutterstock.com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인 명란젓은 이제 한국인의 밥상을 넘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식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즐겨 먹는 이 붉은 보석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는지 상세히 아는 이는 드물다.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만든 우리 민족의 정통 발효 음식으로, 그 뿌리는 명백히 한반도에 닿아 있다. 조선 시대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명란젓 담그는 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고문헌 속에서도 우리 조상들이 명태와 그 알을 귀하게 여겨 먹었다는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대표적인 미식으로 알려진 ‘멘타이코’의 시작 역시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본인 가와하라 도시오는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맛보았던 명란젓의 강렬한 풍미를 잊지 못했다. 그는 한국식 명란젓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고춧가루 양념 등을 가미해 개량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일본 최대 명란 기업인 ‘후쿠야’의 시초가 되었다.
일본인들이 명란젓을 부르는 ‘멘타이코’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어 ‘명태(明太)’의 일본식 발음인 것만 보더라도 이 음식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처럼 명란젓은 척박한 바다에서 얻은 귀한 알을 소금과 정성으로 삭혀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결정체이며, 그 우수한 맛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 미식으로 거듭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바다의 영양을 한 알에 담다
명란젓은 단순히 맛이 좋은 반찬을 넘어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식재료다. 명태의 알에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나른한 계절에 기운을 돋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익힌 명란젓 자료사진 / Hiroshi-Mori-Stock-shutterstock.com
명란에는 비타민 A, B1, B2, E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E는 노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며, 비타민 A는 시력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명란에 풍부한 DHA와 EPA 같은 지방산은 두뇌 회전을 돕고 혈관 건강에 이롭다. 여기에 타우린 성분까지 들어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간 기능을 돕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다만 젓갈 특유의 짠맛 때문에 나트륨 섭취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최근에는 염도를 대폭 낮춘 '저염 명란'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건강하게 명란을 즐기고 싶다면 칼륨이 풍부한 오이나 양파, 상추 같은 채소를 곁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채소의 식이섬유와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도와 영양 균형을 완벽하게 맞춰주기 때문이다. 또한 명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적은 양으로 반응을 살핀 뒤 본격적으로 먹이는 것이 안전하며, 조리 시에는 너무 오래 가열하지 않아야 알이 딱딱해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입맛 잡는 명란 레시피부터 싱싱한 선택과 보관 꿀팁
싱싱한 명란을 고르는 것부터 요리의 시작이다. 겉모양이 통통하고 탄력이 있으며, 알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이 터지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색깔은 너무 붉은 것보다 연한 선홍색을 띠는 것이 인공 색소가 적게 들어간 신선한 제품일 확률이 높다. 보관 시에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냉장고에서는 가급적 일주일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고, 장기 보관을 원할 때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낱개로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어야 한다. 냉동된 명란은 조리 전 냉장실에서 자연 해동해야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을 최소한의 변화로 즐길 수 있다.
명란젓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명란젓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반찬이지만, 요리의 부재료로 쓰일 때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명란의 막을 칼로 살짝 갈라 알만 발라낸 뒤, 고소한 참기름과 다진 마늘, 잘게 썬 쪽파를 넣어 무쳐 먹는 것이다. 이는 갓 지은 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최고의 밑반찬이 된다. 서양식 조리법을 빌려 마늘과 올리브유에 명란을 볶아 파스타를 만들면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계란찜에 소금 대신 명란을 넣어 간을 맞추면 인공 조미료 없이도 깊고 진한 바다의 감칠맛을 우려낼 수 있다. 명란 속에 들어있는 천연 조미료 성분인 ‘호박산’은 요리의 풍미를 극대화해 주어 초보 요리사도 전문가 부럽지 않은 맛을 내게 돕는다.
명란젓은 척박한 바다에서 얻은 명태의 알을 소금과 정성으로 삭혀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결정체다. 그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글로벌 미식으로 거듭난 과정은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 마트에서 싱싱한 명란 한 팩을 사보는 것은 어떨까.
갓 지은 밥에 고소한 참기름을 두른 명란 한 점을 올려 먹으며, 우리 고유의 맛이 가진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정성을 다해 차린 한 끼 식사가 당신의 내일을 살아갈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 식탁 위에서 명란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바다의 싱그러움이 깃든 건강한 만찬을 만끽해 보길 권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