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호텔 뷔페 아니었네…20초 만에 마감도 모자라 해외서 찾아온다는 의외의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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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호텔 뷔페 아니었네…20초 만에 마감도 모자라 해외서 찾아온다는 의외의 '이곳'

위키트리 2026-04-25 13:3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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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가장 예약하기 힘든 음식을 꼽으라면 호텔 뷔페나 유명 오마카세가 아니다.

사찰음식 / destinedtwo-shutterstock.com

바로 산사에서 맛보는 ‘절밥’이다. 지난 4월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사찰음식 시연 프로그램은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단 34명을 뽑는 자리에 1만 1101명이 몰리며 20초 만에 접수가 끝났다. 경쟁률은 무려 370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5월 사찰음식 축제에는 2만 명의 2030 세대가 찾아와 산사를 가득 메웠다. 불교 신자들의 수행식으로만 여겨지던 음식이 어떻게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하게 됐을까. 사찰음식은 이제 산문을 넘어 글로벌 기업인들의 만찬장과 넷플릭스 화면 속으로 자리를 넓히고 있다.


흑백요리사 백수저, 선재 스님이 보여준 ‘수행의 맛’

이런 열풍의 한가운데에는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인 선재 스님이 있다. 스님은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영리 목적의 제안은 모두 거절하던 스님이 경연 무대에 선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스님은 가평 잣을 주재료로 삼은 ‘승소 잣 국수’를 선보이며 식재료를 다루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조리 과정을 분 단위로 관찰하며 감탄했다.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맛을 끌어올리는 정확한 방식이라는 평이 따랐다. 스님은 출연 이유에 대해 “일상적인 삶 자체가 수행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스님은 1994년 한국 최초로 사찰음식 학술 연구를 남겼고, 만화 ‘식객’ 속 승려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에서 강연하며 한국 사찰음식의 위상을 알린 인물이다.


오신채와 육류 없이도 풍성한 ‘공양’의 철학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이 식재료들이 몸의 기운을 너무 강하게 만들어 수행을 방해한다고 본다. 육류 역시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제철 채소와 나물, 버섯, 두부 그리고 오랜 시간 발효시킨 된장과 간장이 맛을 낸다.

조리 방식도 담백하다. 인공적인 조미료 대신 다시마나 버섯 가루, 들깨 같은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선재 스님은 경주 APEC CEO 서밋 만찬에서 50년 넘게 숙성한 간장과 된장을 활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17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은 식전차로 나온 ‘간장 차’의 깊은 맛에 놀라움을 표했다.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든 단계를 수행으로 여긴다. 이를 ‘공양’이라 부르는데, 온 우주의 생명을 맑게 해주는 식사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과 세계 셰프들의 발길

사찰음식 (AI로 제작)
사찰음식은 2025년 5월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법적인 보호를 받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정관 스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정관 스님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든다”고 극찬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최고 등급 요리사 단체인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MCF) 소속 셰프 200여 명이 전남 장성군 백양사를 찾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를 다루는 이들이 사찰음식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의 절을 방문한 것이다. 르 꼬르동 블루의 에릭 브리파 학과장은 “지금 세계 요리 역사는 채식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며 사찰음식이 가진 철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건강한 식단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미식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결과다.


비건 열풍과 만난 ‘클린 이팅’의 정수

사찰음식이 요즈음 다시 떠오른 것은 전 세계적인 비건 및 채식 열풍과 맞닿아 있다. 가공 식품과 화학 조미료를 피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사찰음식의 조리 원리는 가장 이상적인 식단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의 채식 레스토랑 ‘레귬’이 아시아 최초로 미쉐린 스타 비건 식당이 된 것도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불교의 ‘지수화풍’ 개념을 메뉴 구성에 녹여낸 식당들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이 유행을 타는 상황 속에서도 본질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에 나갈 때도 현지 입맛에 맞춘 퓨전을 고집하지 않았다. 진리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찰음식이 단순히 ‘맛있는 채식’을 넘어 수행의 정신을 유지할 때 더 오랫동안 빛을 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극적인 맛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산사의 소박한 밥상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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