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제도 놓고 美 '영국령 지지 재검토' 보도…英 즉각 반발
'친트럼프' 아르헨티나는 '외교적 기회' 노려…"협상 재개" 주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남대서양의 외딴섬 포클랜드 제도를 놓고 난데없이 지구 반대편 중동 전쟁과 맞물린 강대국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영국령인 포클랜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르헨티나는 이를 틈타 영유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의 발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의 파병 거부에 대한 보복성 카드로 영국령 포클랜드섬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전날 로이터 통신 등은 미 국방부가 군사 지원에 비협조적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상대로 이같은 불이익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중에는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와 같은 유럽 국가들의 "제국주의 해외영토"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지지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영국 정부와 영국령 포클랜드제도 자치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포클랜드 제도의 주권은 영국에 있으며, 섬의 자결권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입장을 "역대 미국 행정부들에 명확하고 일관되게" 밝혀온 바 있다고 말했다.
영국령 포클랜드 자치정부는 "우리의 자결권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약속에 완전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2013년 3월 실시된 포클랜드 주민투표의 결과를 언급했다.
당시 주민투표에는 유권자 92%가 참여해 투표자의 99.8%가 영국 본토에는 속하지 않지만 영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국 해외 영토'(BOT)로 잔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반면 지구 반대편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노골적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여 온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외교적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부 장관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말비나스(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 땅이라며 현재 상황이 "식민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이고 결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영국과 양자 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이래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을 칭송하고 영국 스타머 총리를 폄하하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포클랜드 제도는 남아메리카 남부의 파타고니아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500㎞, 남극의 북쪽 뒤부제 곶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천200㎞ 떨어진 남대서양의 파타고니아 대륙붕에 있는 군도로, 동포클랜드 섬, 서포클랜드 섬, 그리고 776개의 다른 조그만 섬들로 이뤄져 있고 총 면적은 약 1만2천㎢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영유권을 주장한 적이 있으며, 영국은 1833년부터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 주장을 유지중이다.
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 군도를 되찾겠다며 1982년에 침공 작전을 폈으나 실패했으며, 포클랜드 전쟁은 74일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아르헨티나에서 649명, 영국에서 255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 트럼프 행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24일 공식적으로 중립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자는 이날 "해당 섬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여전히 중립이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영국 사이에 상충되는 영유권 주장들이 있음을 인지(acknowledge)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 섬들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으면서 "사실상(de facto) 영국의 행정"이 이뤄지고 있음은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비협조를 이유로 '착한 동맹' '나쁜 동맹'을 거론하며 대립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논란은 27∼30일로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카밀라 영국 왕비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불거져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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