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작은 조각 하나를 건네받을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이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이 담긴 ‘순간’이라는 생각.
사각사각플레이스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주말마다 스튜디오를 찾는 아이들, 가족 단위로 방문한 시민들, 그리고 조심스럽게 3D펜을 들어보는 어른들까지. 처음에는 모두가 비슷한 표정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담긴 얼굴.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표정이 바뀐다. 선이 이어지고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완성된 결과물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고, 누군가는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고, 또 어떤 이는 아무 의미 없는 선을 이어가다가도 결국은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조각들이 그냥 각자의 손에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해피스 프로젝트’다. 이름 그대로 ‘행복(Happy)’과 ‘조각(Piece)’을 합쳐 만든 말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참여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넨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만든 것 중 하나를 나눔으로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선택은 자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고민을 한다. 자신이 직접 만든 첫 작품일 수도 있고, 짧은 시간 동안 애정을 담아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중 하나를 남겨준다. 그리고 그 순간이 늘 인상 깊다.
“이거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보러 올 수 있나요?”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체험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모인 조각들은 하나하나 다른 색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크기도 다르고, 완성도도 다르다. 하지만 함께 놓여 있을 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어쩌면 그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 조각들은 하나의 모빌로 연결될 예정이다. 실처럼 이어지고 공중에 매달려 바람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형태로. 그리고 사각사각플레이스 스튜디오 안에서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전시될 계획이다.
그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남긴 조각을 다시 발견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조각을 보며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참여했던 기억이 다시 이어지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순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함께 만드는 경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잘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경험.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연결감.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 함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조각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울림을 준다.
아직 이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조각들이 모일 것이고, 더 많은 이야기들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완성된 형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건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여러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장면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조각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갈 다음 장면이, 나 역시 조금은 기대된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