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간 제한을 규정한 기간제법이) 상시고용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
(2026.4.10. 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
"노동계가 고용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그 비용을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6.3.19.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정책토론회)
"최저임금과 적정임금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어느 순간부터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2026.2.6. 경남 타운홀 미팅)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 말의 일부다. 이 중 기간제 고용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간제 4년 연장, 유연안전성 모델, 적정임금 등은 한국사회의 오랜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비정규직 문제를 오래 연구해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기간제 대책과 관련 김 이사장은 사용기간이 아닌 사용사유 제한 규제, 상시지속 일자리 직접고용 원칙 법제화 등 국제 기준에 따른 원칙을 세우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연안전성 모델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만이 아닌 괜찮은 일자리가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정임금은 결국 교섭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고, 초기업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도 짚었다.
김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더 종합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김 이사장과 만나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 빠르게 늘고 있다"
프레시안 : 국가데이처터(옛 통계청)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발표할 때마다 임시직, 일용직을 추가하는 등 재가공해 실제에 근접한 비정규직 규모를 추정하는 작업을 오래 해오고 있다. 최근 추세는 어떤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 처음 비정규직 통계가 따로 나올 때부터 했으니 햇수로 26년이 됐다. 이렇게 길어질지는 몰랐다. 데이터처 원자료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플랫폼이나 특수고용, 프리랜서, 하청 등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이야기하면, 전체 비정규직 수는 코로나19 때 크게 증가한 뒤로 조금씩 느는데, 비율로 보면 큰 변화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기간제 노동자가 비율, 숫자 양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시간제(part-time) 노동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기간제 노동자가 증가한 이유가 뭘까?
김유선 : 기간제 노동자가 급증한 시기가 주로 2020년에서 2025년 사이다. 2019년에도 한 번 크게 증가했다.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 때문이라 그랬는데 그건 아니다. 2019년 이후 최저임금이 거의 안 올랐는데도 기간제 노동자는 계속 증가했다.
먼저 2019년에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 조사방식을 한 번 바꿨다. 그러면서 전에는 포착되지 않던 기간제 노동자가 새로 잡히기 시작했다.
2020~2023년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다. 기업이 불확실한 환경에 대처하려 기간제를 늘렸다. 그 뒤로도 그런 경향이 지속됐는데, 윤석열 정부 효과도 있다. '기업이 편한 대로 다 해주겠지'하는 인식이 퍼지다 보니 기간제 고용도 늘었다.
근본적으로는 ILO나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원칙처럼 상시지속 일자리에 기간제를 못 쓰게 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한국은 2년 기간 내에서는 상시지속 일자리에도 기간제를 쓸 수 있다. 이런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프레시안 : 임금 상황은 어떤가?
김유선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격차가 꾸준히 개선되다 지난해 벌어졌다. 누적된 윤석열 정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면도 있을 거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비슷한 추세다. 꾸준히 줄다 코로나19 때 올랐고, 다시 2023년까지 줄다 2024~2025년 늘었다.
"늘어나는 기간제, 기간 연장 아닌 사유 제한 필요"
프레시안 : 기간제 고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 최근 비정규직과 관련해 특징적 현상이란 말이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간제 고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보호법이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기간제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적절한 대책인가?
김유선 : 과거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도 추진하려다 번번이 안 됐던 방안이다. 2년 이상 고용이 금지돼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경우 '기간을 늘려주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 생각하는 데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비정규직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노동계는 '사용사유 제한 없이 기간 제한만 하면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된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법이 개정되고 20년 정도 지나면서 부정적 영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고용공시제 통계를 봐도,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기간제가 계속 늘었다.
국제적인 원칙으로 돌아갈 시점이라고 본다. 상시지속 일자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정말로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업무에만 기간제 고용을 열어야 한다.
지금 법을 그대로 두면, 상시지속 업무에 이 사람 2년 썼다, 저 사람 2년 썼다 하면서 돌려막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돌려막기할 수 있는 일자리는 상시지속 일자리다.
프레시안 : 기간제 남용을 막기 위해 또 어떤 방식이 가능한가?
김유선 : 2007년에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제한을 담은 법을 제정할 때도 검토는 됐던 걸로 보이는데, 냉각기를 둬야 한다. 프랑스는 한 번 기간제를 쓴 자리에는 고용기간의 3분의 1만큼은 기간제를 쓸 수 없게 한다. 예를 들어 2년 동안 기간제를 썼으면, 향후 8개월은 그 자리에 기간제를 못 쓴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있을까?
김유선 : 호주에 비슷한 제도가 있다. '캐주얼 잡(casual job)'이라고 해서 정해진 계약기간 없이 일종의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시급을 25% 더 준다
아마 한국은 퇴직금 정도를 반영해 1년에 한 달 월급 정도를 더 주는 정도로 시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거라도 받는 게 당사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자칫 임금을 더 주면 기간제는 막 써도 된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보통 연공임금도 있고, 각종 복리후생도 해줘야 한다. 그런 차별을 해소할 정도로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이런 걸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죄책감을 덜고 이득을 보면서 기간제를 늘릴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정말로 정규직 월급보다 기간제 월급을 더 주라고 하면 효과가 다를 것 같은데, 거기까지 나가긴 어려울 것 같다.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이 그동안 최저임금 선에서 형성돼 오기도 했고, 기간제 수당이 생겨도 기준 임금은 정규직 초임 수준이 최대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김유선 :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주류 경제학에는 '보상임금 격차론'이 있다. 노동조건이 안 좋거나 산재가 많은 자리에서 일하면, 수당을 더 준다는 이론이다. 현실은 반대다. 노동조건이 안 좋은 사람에게 모든 불이익이 다 간다.
상위 전문직이어서 '이 사람이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다'하는 정도인 경우에는 정규직에 비해서도 기간제가 월급을 더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닌 경우에는 어려울 거다.
"유연안정성 모델, 좋은 일자리 많아야 작동한다"
프레시안 : 크게 보면, 이 대통령이 유연안전성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정규직이 고용안정을 양보하면, 기업이 사회안전망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자는 구상으로 보인다.
김유선 : 좋은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도 처음에 유연안정성 모델에 꽤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대표사례로 꼽히는 덴마크에 대한 연구를 시켰다. 그런데 결과를 보고 한국에서는 실현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때 덴마크는 실업자에게 4년 간 기존 임금의 80-90%를 실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재교육을 시켰다. 지금은 실업수당 지급기간이 줄었지만, 여전히 2년이다. 그리고 덴마크는 노동시장 이동이 활발해서 필요하면 지금 직장을 언제든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재취업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유연하면서 안정적이라고 한다.
한국은 실업급여 최대 지급기간이 노무현 정부 때 240일이었고, 지금 270일이다. 급여도 지금 기존 임금의 60% 수준이다. 노 대통령이 당시에 이걸 덴마크 수준으로 강화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던 거다.
또 한국은 정규직이었는데 실직하면, 그에 상응하는 일자리로 돌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웬만큼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다 보니 실직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로 받아들인다.
프레시안 : 사회안전망만 문제가 아니라 실직한 뒤 갈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야 유연안전성 모델이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김유선 : 괜찮은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 사회안전망은 실직해서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는 비용을 제공하는 제도다. 그것보다 사람들이 더 바라는 건 좋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를 가져야 좀 마음 놓고 떳떳하게 살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계속 실직자로 맴돌면, 아무리 사회안전망을 깔아줘도 생활수준은 점점 떨어진다.
덴마크에서 유연안전성 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것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별로 강하지 않고, 어느 정도 단일한 노동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벽이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에게 실업급여 더 줄 테니까 대의를 위해 네가 고용안정 양보하라고 이야기해 동의를 얻기 어렵다. 아래층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임금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면 전부 최저임금만 쳐다본다. 최저임금이 아닌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적정임금은 교섭임금…한국은 단기근속의 나라"
프레시안 : 최저임금이 아닌 임금체계는 이 대통령이 말한 적정임금과 통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적정임금이 얼마인지를 생각하니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김유선 : 이 대통령이 말한 적정임금도 분명히 최저임금보다는 상회하는 임금체계일 거다. 적정임금은 사실 교섭을 통해 정하는 수밖에 없다. 누가 보기에 적정하다고 할 건가. 결국 노사가 교섭으로 선을 찾아야 한다. 지금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곳들의 임금도 대개 노사 교섭으로 형성됐다.
그리고 이전 정부들은 임금쳬계 개편을 이야기하면 주로 직무급을 꺼냈고, 그걸 기업 내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같은 직무에 어떤 회사는 200만 원 주고 어떤 회사는 400만 원 주는 식이면 적정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그대로 남는다. 직무급을 정하려면, 초기업 수준에서 1년 차면 얼마를 주고, 5년 차면 얼마를 줄지 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적정임금이 노조 할 권리, 초기업 교섭 체계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유연안정성 모델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데, 주체 간 불신이 장벽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유선 : 불신도 문제지만,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내려면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먼저 꺼낼 필요도 있다. 그래야 대화든 교섭이든 진전될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비정규직 전반과 관련해 더 종합적인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이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을 비정규직 확산의 한 원인으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맞는 진단인가?
김유선 : 고용이 경직됐다는 건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이건 결국 사람과 관련된 문제다. 아무리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국제 비교를 하게 된다.
주로 쓰는 지표는 근속연수다. 한국은 초단기근속의 나라다. 전체 근속연수 평균이 6년 정도 나온다. 근속연수가 1년 안 되는 사람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 된다. 유럽은 평균 근속연수가 10~20년이 넘어간다. 한국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도 9년 정도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길지 않다.
각국의 해고법제를 비교한 지표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는 고용보호지수다. 고용보호 법제가 제일 약한 나라가 0점, 제일 강한 나라가 6점이다. OECD 홈페이지에 2019년 지수까지 올라와 있는데, 한국은 38개국 중에 22위(2.17점)로 중간 정도다.
장기근속의 폐해로 주로 연공임금을 말하는데, 다른 나라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조금씩 오른다. 정도의 차이다. 연공임금이 문제라면, 초임을 올리고 기울기를 낮추면 된다.
"상시지속 일자리 직접고용 원칙, 법에 담아야"
프레시안 : 비정규직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유선 :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컨대 기간제 노동자 통계를 보면, 사회보험 가입률도 확 떨어지고, 직업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사람의 비율도 확 떨어진다. 사람을 일단 쓰고 그냥 버리는 형식의 고용이 만연해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면 사는 게 힘들어진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안 되니, 회사의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면, 사회보험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프레시안 : 길게 보면, 노동자, 기업, 국가가 모두 손해 보는 길을 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로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김유선 :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조금 추진했는데, 민간으로 확산이 안 됐다. 공공부문에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일정 부분 후퇴한 면이 있다.
민간의 정규직 사용을 늘리고, 정부 정책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정규직화 흐름을 만들려면, 결국 상시지속 일자리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갱신횟수 제한, 냉각기간 등 여러 제도를 종합적으로 담아서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정부에서는 오래 묵은 비정규직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풀어내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긴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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