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성적표가 엇갈렸다. 소비 수요 지속으로 전체적인 카드 이용액은 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과 부실에 대비한 대손비용 등 비용 관리 능력에 따라 순이익 향방이 갈렸다.
특히 업계 상위권인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나란히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는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와 건전성 관리 역량에 따라 수익 구조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삼성·신한 ‘수익성 후퇴’…상위권도 피하지 못한 비용 압박
25일 주요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결과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등 상위권 카드사들이 고전한 반면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 실적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카드 이용액 규모보다는 비용 통제력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대형 카드사 4곳인 삼성·신한·KB국민·현대카드의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4660억원 대비 약 4.7% 감소했다. 상위권 업체들의 부진이 전체 합산 수익 규모를 끌어내린 형국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 1563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대 이익 수준은 유지했으나, 전년 동기에 비하면 15%가량 감소했다. 대형 제휴사 확대와 상품채권잔고 증가로 영업수익이 늘었지만, 금융 및 대손비용, 판매관리비가 동시에 상승하며 수익성이 줄었다.
신한카드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한카드는 1분기 순이익 1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줄었다. 신용카드 수익은 증가세였으나 높은 조달금리 지속과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을 받았다.
KB국민·현대·하나·우리 약진…비용 관리가 실적 갈랐다
반면 나머지 카드사들은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희비가 교차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1분기 순이익 10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확대와 더불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로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전년 대비 660억원가량 줄인 것이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카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 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회원 수 증가와 신용판매 취급액 확대 등 주요 지표 개선이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도 개선세를 보였다. 하나카드는 기업카드 호조와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해외취급액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5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대손비용 절감과 영업외손익 개선 등을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4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분기 경영 환경도 안갯속…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
이번 실적은 카드업계 경쟁의 기준이 단순한 외형 확대에서 내실 경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회원 수와 취급액을 늘리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면, 이제는 수익성 높은 결제 구조를 만들고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소비자가 카드를 많이 쓸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지만, 동시에 포인트·할인 등 마케팅 비용과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며 “결국 규모의 경제보다 효율의 경제가 중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들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와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한 데다, 자금 조달 비용 역시 단기간에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건전성 지표 관리도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대형 카드사 4곳의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07%로 전년 동기 1.29%보다는 개선됐지만, 직전 분기 0.97%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단기적으로는 연체율 관리와 대손비용 통제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제 부문 수익성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제한된 만큼, 카드사들은 데이터 기반 사업, PLCC, 해외 결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 확대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단기 실적 부담을 고려한 전략적 속도 조절도 필요할 전망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카드사별 비용 구조와 건전성 관리 역량에 따라 성과가 나뉘는 ‘옥석 가리기’ 양상을 보였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취급액을 늘리는 전략보다 우량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비용 효율화가 수익성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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