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정유업계 이익 회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2882억원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으나 지난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이 반영되며 정유업계 전반 분위기를 견인하는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주목된다.
▲ 에쓰오일, 1분기 영업익 1.1조 전망…전분기 대비 2배 이상 성장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 9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회사의 지난해 4분기(4245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를 훌쩍 넘긴다.
실적 개선 주 요인으로는 단연 정유 부문 호조세를 들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에쓰오일 1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을 약 9620억원으로 추산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5985억원)이 반영된 데다 1분기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19달러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4.6달러 높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업 특성상 원가 반영 이전에 확보한 재고 가치가 유가 상승기에 이익으로 잡히는 만큼 이번 분기는 업황과 회계 효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단순히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정유사가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정유 부문도 실적을 깎아먹는 ‘아픈 손가락’이 아닌 뒷받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파라자일렌(PX)과 벤젠(BZ) 스프레드가 1~2월 비교적 견조했고 3월 셧다운을 거치면서도 연초 확보한 수익성을 일정 부분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윤활기유 부문 역시 제품 스프레드 변동성이 있었으나 분기 기준으로는 113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 실적이 여전히 정유 중심인 것은 맞지만 화학과 윤활기유 부문 수익성이 동시에 급락하던 국면에서는 벗어나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회사의 이같은 성장세는 올해 연간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에쓰오일 연간 실적은 매출 34조2470억원, 영업이익 288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분기별로 살펴보더라도 2분기와 3분기 부진 흔적이 뚜렷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이 올해 연간 매출 49조4800억원, 영업이익 2조38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1분기 재고 관련 이익이 일부 반영된 만큼 이를 모두 구조적 이익으로 치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정제마진 개선, 화학 수익성 회복, 윤활기유 안정적 이익 창출 등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반짝 실적’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시장은 에쓰오일 1분기 호조를 단순 ‘서프라이즈’가 아닌 업황 전면 사이클 회복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의 강점은 업황 회복기마다 부각되는 원유 조달 구조에도 있다.
▲ 사우디 아람코 지원 기반 원유 조달 구조 강점…화학 부문 선전 뒷받침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 계열사인 Aramco Overseas Company BV 등이 63%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울산 온산공장에 하루 66만9000배럴 규모 정제설비를 두고 정유, 석유화학, 윤활기유를 함께 생산하는 구조다. 생산품의 6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수출형 사업 모델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업황이 좋을 때 수출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하고 공급 불안 국면에서는 모회사와의 연결성이 조달 안정성 측면 방어막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최근 정부는 국내 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며 정유사들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물량을 시장에 공급토록 하는 조치를 병행했다. 정부는 가격 상한에 따른 손실을 지원할 수 있다 밝혔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 급등기 이익을 온전히 실적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제약이 생긴 셈이다.
에쓰오일 역시 단기적으로는 휘발유 판매 관련 기회손실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도 내수 가격 상한제가 단기 수익성에는 어느 정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 올해 전체 실적 전망까지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1분기 정제마진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회사는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22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미국 정유설비 폐쇄와 공급 차질, 견조한 수요가 아시아 정제마진을 지지할 것으로 봤다. 최근 들어 유가 변동성이 커지며 유럽 일부 정제마진은 약세를 보였으나 아시아와 미국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하는 점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긍정적 신호다.
에쓰오일 1분기 전망은 수치 자체도 긍정적이지만 실적의 ‘결’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제마진 둔화와 화학 부진 속에서 실적 방어가 우선이었다면 올해는 정유 부문이 수익성을 견인하고 화학이 적자 축소를 넘어 흑자를 기대해볼 만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1분기 호실적이 재고이익 효과를 포함하지만 정유 업황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도는 국면으로 바뀐 것도 주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중동 변수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점은 에쓰오일이 고도화 설비와 원유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황 반등 수혜를 실적으로 선명하게 연결할 수 있는 정유사 중 하나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