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에 원래 살던 귀신도 이사 갈 판” 말까지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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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에 원래 살던 귀신도 이사 갈 판” 말까지 나오는 이유

위키트리 2026-04-25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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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과 경찰이 공포 영화 배경이 된 살목지 인근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 예산군 제공

새벽 3시. 가로등 하나 없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 산골짜기에 차량 100여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줄지어 있다.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저수지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시간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살목지'를 목적지로 설정한 차량이 103대를 넘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귀신 나올 틈도 없다", "원래 살던 귀신도 이사를 가겠다", "살목지에 귀신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오간다.

영화 '살목지'의 한 장면.

이 모든 소동의 진원지는 지난 8일 개봉한 동명의 공포 영화 '살목지'다. 로드뷰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를 확인하러 저수지를 찾은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와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충남 예산군 광시면 살목지는 순식간에 전국구 공포 성지로 떠올랐다.

개봉 17일 만에 172만 관객…3주 차에도 독주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목지'는 전날 하루 8만 6490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172만 6792명. 개봉 이후 단 하루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준 적이 없다. 개봉 첫 주말(4월 10∼12일)에만 53만 6454명이 극장을 찾으며 시작부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8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개봉 10일 차인 4월 17일에는 누적 100만 명을 넘어섰고, 16일 차인 4월 23일에는 160만 명을 돌파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왕과 사는 남자', '란 12.3' 등 쟁쟁한 경쟁작을 모두 제치고 3주 차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상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살목지'는 총 제작비 약 30억 원의 중저예산 영화다. 김혜윤·이종원·김준한·김영성·장다아 등이 출연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CGV 관람 데이터에 따르면 10대 관객 비중이 10.7%로 전년 대표 공포 흥행작 '노이즈'(6.9%)를 크게 웃돌았으며, 3인 이상 동반 관람 비율도 13.8%를 기록했다. 공포를 단순한 관람이 아닌 체험이자 공유 콘텐츠로 소비하는 MZ세대의 문화가 흥행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 푸티지 기법과 밀도 높은 점프스케어 연출이 결합하며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정통 공포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놀라서 팝콘을 다 쏟았다", "심박수가 급격히 올라 스마트워치 경고 알림이 울렸다"는 후기가 쏟아지며 입소문이 꺼질 줄 모르고 있다.

"낮엔 인증샷, 밤엔 담력 체험"… '살리단길' 된 예산 저수지

영화의 폭발적 인기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위치한 저수지인 살목지에 대한 열풍을 불러왔다. 예산군과 현지 주민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하루 200명 가까이 살목지를 찾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밤에 저수지를 찾는다. 낮에는 방문객이 저수지 주변에서 인증샷을 찍고 산책을 즐기며, 밤에는 공포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관광객 사이에서는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영화 흥행의 파급 효과는 인근 상권에도 미치고 있다. 살목지 인근에 '살목지 물로 방금 찐 옥수수 10개 1만5000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영화 제목을 내세운 상술이 벌써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현수막 사진 AI로 만들어진 게 아니냔 말도 나온다.

살목지 인근에 '살목지 물로 방금 찐 옥수수 10개 1만5000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단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AI로 만든 사진이란 말도 나온다. / SLR클럽

살목지는 영화 개봉 전부터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장소였다. 2022년 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방송사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관련 사연이 소개됐다. 당시 평소 귀신을 믿지 않았다는 제보자가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이 저수지로 향했다가 물에 빠질 뻔했다는 사연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바 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기이한 경험담이 조용히 전해지던 장소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살목지가 조성되기 전 이 일대에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도 저수지 바닥에서 원혼들이 떠오르는 장면이 반복 등장해 관객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무속신앙에서 귀신의 문(門)이 열린다고 여기는 새벽 1∼3시대에 맞춰 방문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예산군도 이 열풍에 올라탔다. 군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화 '살목지'를 패러디해 지역 관광지인 광시 한우 거리를 유쾌하게 소개하는 홍보 영상을 게재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차량통제·마을진입 금지…주민 불편도 커져

방문객이 급증하자 지자체와 경찰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예산군과 예산경찰서는 지난 주말 살목지로 진입하는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살목지 인근 도로에 '마을진입 금지' 안내판이 세워졌고, 경찰차가 현장에 상주하며 차량 흐름을 통제했다. 황새공원 앞에는 '살목지 차량통제 중'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 반응은 엇갈린다. 국내 유일 황새공원과 예당호 출렁다리에 이어 영화 배경지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주민이 있는 반면, 야간 차량 소음과 고성·경적 등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라는 불편 호소도 잇따른다. 가로등이 부족해 야간 시야 확보조차 어려운 좁은 산골 도로에 외지 차량이 밀려들면서 크고 작은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영화 '살목지' 개봉 이후 공포 체험을 목적으로 한 야간 방문객이 급증하자 충남 예산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 예산군 제공

살목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수 공급 시설이다. 야영·취사가 공식적으로 허용된 곳은 아니다. 저수지 바닥이 늪지대로 구성돼 있어 입수는 매우 위험하다.

'나무 죽이는 저수지' 설은 오류…어원은 화살나무

영화가 흥행하면서 살목지란 지명의 어원을 둘러싼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살목'이라는 이름이 죽일 살(殺)을 연상시켜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원상 이와 연관성은 없다. 예산군이 소개하는 지역 지명 유래에 따르면 이 일대에 화살나무(시목·矢木)가 많이 자란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형이 '살목', 즉 기울어진 집을 받치는 지렛대나 창살용 나무를 닮았다는 설도 전해진다. 현재 '살목지'에는 공식적인 한자 표기가 없으며, '나무를 죽이는 저수지'를 뜻하는 살목지(殺木池)라는 한자 표기 주장은 영화 개봉 이후 온라인에서 퍼진 잘못된 민간어원설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강원 영월이 관광지로 떠오른 것처럼, 영화 관람 후 배경지를 직접 찾는 성지순례 흐름은 이제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살목지’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 살목지를 구경하려고 내비게이션을 켜는 이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귀신보다 많이 몰려드는 사람들 앞에서 당분간 예산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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