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의 초반 판세는 시작부터 파격적인 흐름으로 출렁이고 있다.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김부겸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등판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극심한 내홍 끝에 단일후보를 내세우게 됐다. 현재 김 후보의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다수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극적으로 양자구도 재편이 이뤄지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표 결집 속에 접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김부겸, 초반 기선제압 성공…국민의힘은 유영하·추경호 2파전으로
김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찐' 대구사람이다.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한 뒤 고향인 대구로 옮겨가 세 차례 도전 끝에 20대 총선에서 수성갑 지역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뒤 야인으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대구 출신의 거물급 인사가 집권여당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지역 발전과 인물론을 내세우면서 밑바닥 표심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의 내부 혼란이 최근에야 간신히 수습됐다. 경선에서 석연찮게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장동혁 지도부를 연일 규탄하고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 다자구도 선거 가능성이 유력하게 전망돼 왔다. 이에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가운데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유영하·추경호 후보가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오는 26일 최종 후보가 확정된다.
[후보 캠프·공약] 선대위 진용 갖추고 공약 쏟아내는 與…주목 못 받는 국민의힘 경선
일찌감치 단일후보로 확정된 김 후보는 선대위 구성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은 권칠승 의원을 필두로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권영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이 포진했다. 여기에 김영진 의원과 홍의락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도 합류했다.
이들 중에는 과거 보수정당에 몸담았던 이들도 상당수다. 이념을 떠나 정치와 행정, 산업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정책 중심 캠프로서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산업과 AI 로봇 수도 등을 골자로 하는 '대구 산업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한 김 후보는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신공항 건설과 행정통합에 대한 구상도 갖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통한 실질적인 예산 확보 능력도 강조했다.
반면 선대위 구성 단계 이전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보수 정통성 회복에 중점을 둔 공약과 구상을 내놓고 있다. 유 후보는 '대구의 미래, 보수의 희망'이라는 슬로건 아래 삼성 반도체 대구 유치와 삼성병원 분원 유치, 대구 시민복합건강단지 조성 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추 후보도 '대구경제 체질 개선'을 기치로 AI·로봇·미래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메카 조성과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을 약속했다.
장외에 머물고 있던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경우 불출마 전까지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데 주력하면서 구체적인 비전이나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아가 이들의 거취에 정치권 안팎의 눈길이 집중되고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본격적인 선거전에서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선거결과] 어떤 상황서도 흔들림 없던 '보수 심장부' 아성, 이번에도 유지될까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는 61만9165표(53.73%)를 얻어 45만8112표(39.75%)를 받은 임대윤 민주당 후보에 승리했다. 4년 뒤인 2022년에는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가 68만5159표(78.75%)로 15만6429표(17.97%)에 그친 서재헌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90만3723표(70.15%)를 득표했고 민주당은 24만8998표(19.33%)를 얻었다. 지난해 대선의 경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10만3913표(67.62%),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7만9130표(23.22%)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역대 대구시장 선거를 살펴보면 대구가 왜 '보수의 심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2018년과 2022년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과반 득표를 기록하며 어려움 없이 승리했다. 오히려 김부겸 후보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얻은 40.33%가 지금까지 가장 높은 득표일 정도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67.25%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13개 지역구 전부를 석권했고, 지난해 대선 역시 마찬가지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했지만 대구에서만큼은 67.62%를 얻었다.
이는 선거전 막판으로 가면서 보수표 결집을 통해 언제든 접전 혹은 보수 후보 우위로 뒤바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현재 순항하고 있는 김 후보로서도 안심하기 어려운 동시에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판도에서 '해 볼 만한' 선거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독주 체제 갖춘 김부겸…다자구도 '가시밭길' 간신히 면한 국민의힘
대구MBC-에이스리서치가 4월 18~19일 양일간 실시한 대구시장 적합도 여론조사(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 무선 ARS, 응답률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김 후보는 45.3%를 얻어 이 전 위원장(17.2%), 추 후보(16.2%), 유 후보(5.4%)와 큰 격차를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는 양자대결에서도 모든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전 위원장과 주 의원의 불출마가 없었다면 승부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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