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지만 역대로 보면 진보 진영에서 심심찮게 균열을 내곤 했다. 특히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현직 시장의 수성 의지와 범진보 단일화 여부, 그리고 보수 진영의 분열이라는 복합적인 변수가 얽히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4인 4색' 대진표…김상욱·김두겸 '2강', 김종훈·박맹우 '2중'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맞대결을 넘어 후보 개개인의 서사와 중량감이 얽힌 4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 울산 남갑 지역구 의원이었지만 지난 12·3 계엄 사태 이후 전격 탈당해 민주당으로 적을 옮겼다. 보수 텃밭에서 다져온 탄탄한 지역 기반에 계엄 심판이라는 명분을 더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중단 없는 울산 발전'을 외치며 수성에 나섰다. 그는 임기 동안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과 기업 투자 유치 성과를 앞세워 보수 결집을 통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노동계의 심장인 울산의 특징을 대변하는 진보당 김종훈 후보도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으로 평가된다. 동구청장을 지낸 그는 노동 중심의 시정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야권 단일화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가세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요소로 꼽힌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그는 현직 시장인 김 후보의 지지 기반에 균열을 내며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후보 캠프] 계엄 심판론이냐 행정 연속성이냐…양측 모두 단일화가 변수
양강 후보의 선대위는 아직 공식적으로 꾸려지지 않았지만 각기 행보를 보면 지향점은 뚜렷하다. 김상욱 후보는 12·3 내란 사태 심판과 함께 인물 교체를 전면에 내거는 모양새다. 이와 동시에 진보당과의 범진보 단일화를 꾸준히 모색 중이다. 여기에 보수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외연 확장에 주력하면서 중도보수 표심으로의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김두겸 후보는 현역 시장의 프리미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무형 캠프를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의 합류를 통해 보수표 이탈을 차단하고 '원팀' 기조로 분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보수 단일화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박맹우 후보의 조직력 또한 만만치 않아 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약] 변화하는 울산…김상욱, 지역 밀착형 vs 김두겸, 'AI 수도' 구현
정책과 공약 대결의 핵심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다. 현재 울산은 주력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인구 감소 속에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뜻한 민주도시 울산'을 내세우는 김상욱 후보는 지역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혁신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니스트 인근 선바위 지구 '산업 AX 연구 실증 특구' 조성과 노사 상생형 로봇 공유 펀드 조성, 공공 개발형 부유식 해상풍력 추진 등 지역 밀착형 공약을 준비했다.
김두겸 후보는 울산이 산업수도에서 인공지능(AI) 수도로 바뀌는 전환기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임기 동안 기업 투자 유치와 산업구조 전환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의 연속성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수소·친환경 에너지·미래 자동차·첨단화학 등 울산의 강점을 살린 산업을 살려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선거결과] 줄어드는 진보-보수 격차…효능감·인물론으로 옮겨가는 표심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민주당 후보는 31만7341표(52.88%)를 얻어 24만475표(40.07%)를 받은 김기현 자유한국당 후보에 승리했다. 4년 뒤인 2022년에는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가 29만563표(59.78%)로 19만5430표(40.21%)에 그친 송 후보를 제쳤다.
2022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31만6274표(51.37%)를 득표했고 민주당은 22만3270(36.26%)를 얻었다. 지난해 대선의 경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35만3180표(47.57%),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1만5820표(42.54%)를 기록했다.
지난 8년 동안의 울산 주요 선거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곳이 더 이상 보수 정당의 일방적인 텃밭이 아님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8년 송철호 후보의 당선이 그 신호탄이었다. 2022년 김두겸 후보가 탈환에 성공했지만 구별 득표 차이는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총선에서는 야권 단일화의 위력이 북구와 동구에서 확인됐고, 2025년 대선 당시에도 이재명 후보가 울산에서 영남권 중 최고 득표를 기록하며 보수 지형에 균열을 냈다. 울산 유권자들이 점차 이념을 벗어나 정치적 효능과 인물론으로 기준을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선거 역시 계엄 정국에 대한 실망과 분노, 보수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뒤섞이며 높은 역동성 속에 치러지게 됐다. 보수 표심의 분열을 딛고 김두겸 후보가 결집을 이뤄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단일화를 이룬 범여권이 산업수도의 주권을 다시 거머쥘지가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여론조사] 김상욱-김두겸 '선두그룹', 김종훈-박맹우 '추격조' 구도
4월 17일과 18일 실시된 민중의소리-에스티아이 여론조사(울산 거주 만 18세 이상 1001명, 전화자동응답(ARS), 응답률 7.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는 김상욱 후보(33.5%)와 김두겸 후보(31.0%)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종훈 진보당 후보(17.8%)와 박맹우 무소속 후보(9.5%)가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당 35.1%, 국민의힘 32.8%, 진보당 14.5% 등으로 후보들의 지지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김상욱 후보는 42.4%, 김두겸 후보는 38.4%로 집계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단일화에 성공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기울 것으로 관측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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