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정부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수급 차질 등에 대비하기 위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등 에너지 방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중동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원자재 수급 차질, 민생경제 충격에 대비한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에 힘입어 경제회복 흐름을 이어왔다"며 "원유 대체공급 물량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고 했다.
이어 "5월 중에는 작년 월평균 도입량의 87% 수준인 7462만 배럴을 확보해 수급 차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미주, 아프리카 등으로부터 물량을 추가 확보하면서 중동산 의존도를 69%에서 56%로 13%p 낮췄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유 도입국 다변화를 비롯해 유조선이 지나는 수송 경로 안정성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항로를 적극 활용 중이다.
김 실장은 "앞으로도 원유 도입선 다변화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5월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399만 배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600만 배럴을 호르무즈 해협과 무관한 대체 항로를 통해 도입하기로 확정한 것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발 빠르게 대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한 원유 도입 비중은 올해 들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에 비해 올해 4월과 5월에 호르무즈 해협 외 UAE와 사우디를 통한 원유 수입이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총 8571만 배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외에서 들여오는 UAE 원유는 488만 배럴(5.7%), 사우디 원유는 207만 배럴(2.4%)을 차지했다. 중동 전쟁 직후인 3월에는 총 7891만 배럴 중 UAE 원유는 753만 배럴(9.5%)로 증가했다. 4월에는 총 4876만 배럴 중 UAE 827만 배럴(17%), 사우디 1397만 배럴(28.7%)로 나타났다. 5월에는 총 7462만 배럴 중 UAE 1600만 배럴(21.4%), 사우디 2399만 배럴(32.1%)로 증가했다.
김 실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도 우리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심각한 경제 피해 없이 7~8월까지 중동발 원유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도하고 있고, 국제 투자은행들도 이를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4월 사용 가능 원유는 작년 대비 57%였으나 5월에는 87%"라며 "3월 전쟁 직후에 모든 선박 운항이 중단되면서 생긴 (일시적) 상황으로, 4월부터는 배들이 원활하게 올 것으로 예측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7~8월 이후도 상황도 준비돼 있고, 특사로 다녀온 여러 원유 수급 계획도 연말까지를 계획으로 한 것"이라며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유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품목 수급 상황을 '신호등'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위험도는 빨강(재고 2주 이내), 주황(1개월 내), 노랑(2~3개월 내), 초록(3개월 이상)으로 구분된다.
김 실장은 "핵심품목 수급동향을 일 단위로 철저히 점검하고, 특히 현재 수급 상황뿐만 아니라 한 달 후, 석 달 후 상황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나프타 및 기초 유분' 품목과 관련 "확보된 재고가 1개월로 (현재) 주황으로 표시돼 있지만 추경에 포함된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 지원 등이 실제로 집행되고 특사 방문을 통해 확보한 나프타 210만 톤이 4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노랑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 가동률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종량제봉투' 품목은 현재는 노랑, 한 달 후와 석 달 후는 초록으로 표기돼 있어, 현재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영향으로 부족 현상이 있으나 향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스팔트는 현재, 한 달 후, 석 달 후 모두 빨강으로 분류됐다. 이에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급공사 우선공급 계획을 10개 권역별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 실장은 "현재 아스팔트 수급에 대해 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현황 전수조사를 통해 공사 발주 시기를 조정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급한 공사에 먼저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원유가) 풍부하다면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것을 아스팔트에 쓰면 되는데 생필품처럼 급하게 필요한 지점이 아니라서 휘발유·경유·등유 등에 지원을 더 충분히 하고 여유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했다.
김 실장은 "유가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 올려야 되는데, (유가 상승 시) 물가가 따라 올라가는 부분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통해 '(석유)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하는 일이냐'는 반론에 "그것도 일리 있다, 지금 소비 절감을 해야 할 상황인데 일부에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중반 (유가가) 한창 오를 때보다 지금은 유가가 좀 내려서 (유가 하락) 여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압박을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혁 산업정책비서관도 "2, 3차 (석유 최고가격제) 때 인상 요인이 있었는데 인상을 하지 않아 누적된 미반영률을 생각해서 산식대로 하면 4차 최고가가 3차 대비 휘발유는 125원, 경유는 628원이 올라가야 하는데 민생 안정, 물가 부담 때문에 동결했다"며 "일부 언론의 '(유가) 인하 여력이 있는데 동결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해, 기업이 원자재 걱정 없이 정상적으로 조업하고 국민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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