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가 제출된 가운데 남북 공동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태권도의 공동등재를 희망하고 있지만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남북 공동등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책이 요구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라는 명칭으로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올해 말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31일 국가유산청이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한 상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매년 말 등재 심사가 이뤄진다. 올해는 중국 샤먼(11월 30일~12월 5일)에서 21차 정부간위원회가 열린다. 세계유산위원회(세계유산 등재 결정)가 매년 여름 열리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등재 심사는 매년 열리지만 문화유산을 다수 등재한 다등재국가인 경우 신청 종목이 2년에 1회로 제한된다.
다등재국가인 우리나라는 2024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부문에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신청해 올해 말 등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 2028년 '인삼문화: 지식, 기술 그리고 사회문화적 실천'이 등재 심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태권도다. 태권도는 '인삼문화'와 함께 올해 3월 31일 등재신청서가 제출됐다. 올해 두 건이 함께 제출된 이유는 태권도의 경우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를 염두에 둔 종목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측에 따르면 공동등재는 단독등재 신청과 관계 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태권도는 올해 남북 공동등재(2026년)를 노려볼 수 있다. 만일 올해 북한의 태권도가 단독등재될 경우에는 내년부터 확장등재(이미 등재된 문화유산을 추가)도 가능해진다.
다만 태권도의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를 위해서는 북한측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태권도가 (북한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한국의 단독등재 신청 건으로 될 경우 2030년 등재 검토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태권도 둘러싼 남북의 엇갈린 행보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둘러싼 남북한의 시계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북한은 단독등재를 눈앞에 둔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신청이 이뤄진 상태다. 이에 남북 공동등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태권도의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4년 뒤 단독등재를 바랄 수밖에 없다.
물론 올해 북한의 태권도가 단독등재 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북간 협의는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태권도 등재 관련 공식적인 남북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간 단체에서 꾸준히 공동등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사비를 털어가며 국제태권도연맹(ITF) 및 유럽권과 교류를 통해 남북 공동등재의 명분을 쌓아왔다"면서 "유네스코 본부에서도 분단 국가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공동등재라는 부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다. 민간 차원의 노력을 통해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노력을 약속받은 반면, 그간 우리 정부는 다른 종목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태권도의 등재 신청을 미뤄 왔다.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관계자는 "그간 태권도는 국가유산으로 지정도 안된 상태"라며 "이번에 태권도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면 자동으로 국가유산에 지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공모 절차를 거쳐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남북 화합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종목의 경우 우선등재목록 지정을 유연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등재 순서의 형평성을 앞세우다 남북 화합 협력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종목간 형평성 따지다 남북 공동등재 골든타임 놓쳐
태권도가 그런 경우다. 남북 공동등재는 이미 민간 차원에서 합의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학술대회와 태권도 대회 등에서 (태권도 공동등재 관련) 이야기를 해왔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씨름'이 남북 공동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네스코 본부의 중재와 남북 정부의 전격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태권도 역시 유네스코 본부 대사들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정부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북한이 태권도를 먼저 등재 신청을 했다고 해서 북한에게 태권도를 뺏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먼저 등재된다고 해서 배타적 독점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태권도의 공동등재는 종목 등재 이상으로 남북 화합의 상징적 의미를 띤다. 남북 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만 4년 뒤 단독등재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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