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에너지 고속도로, 대한민국 막힌 '전력 대동맥'을 관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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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에너지 고속도로, 대한민국 막힌 '전력 대동맥'을 관통할까

뉴스락 2026-04-24 17:25:35 신고

3줄요약

[뉴스락] 글로벌 공급망의 패권 경쟁 기준이 '가격'에서 '탄소'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 비용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제품 생산에 쓰인 전력의 청정도가 곧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공정 고도화로 전력 소비가 막대한 국내 주력 산업에 치명적인 비용 청구서로 다가온다.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산업 현장까지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가 생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최적의 해법으로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와 산업 수요지가 철저히 분리돼 '전기는 남지만 쏘아 보내지 못하는' 고질적인 전력망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단위 인프라 전략이다.

다만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뉴스락>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현주소와 이를 둘러싼 난제들을 타개할 실질적인 해법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전기는 남는데 못 보낸다…전력망 '병목' 현실화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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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의 기준이 '저비용'에서 '저탄소'로 이동하면서, 전력의 '탄소 성격'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있다.

최근 EU는 탄소 규제 적용 품목을 기존 철강·알루미늄 등에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전력의 간접배출(Scope2)까지 포함될 경우, 사실상 '탄소 관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은 환경 이슈를 넘어 국내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으로 탄소 규제에 취약하다.

첨단 팹(fab) 1곳은 수백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상시 사용하며, 연간 최대 4테라와트시(TWh)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한다. 클러스터 단위로는 10TWh를 넘어 중형 발전소 수 기가 필요한 수준이다.

이 같은 전력 의존 구조는 탄소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유럽에너지거래소(EEX) 자료를 종합하면, EU 탄소배출권 가격(톤당 70~100유로)을 적용할 경우 반도체 공장 1곳당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규제의 방향이다. EU가 간접배출(Scope2)까지 포함할 경우 전력 사용량 자체가 탄소 비용으로 전환되면서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전력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서해안과 호남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주요 산업 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송전 인프라 부족으로 발전된 전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출력 제한'이 반복되는 반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결국 전력은 남지만 보내지 못하고, 필요한 곳에는 부족한 '구조적 비효율'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핵심 프로젝트 '에너지 고속도로'…기업 역할 부상

자료 국정기획위원회 제공
자료 국정기획위원회 제공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에너지 강국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해당 사업은 11조 원 규모로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사업 추진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산업 전력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초대형 산업단지 조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도권 전력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서해안 등 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로 직접 송전하는 전력망 재편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1단계 사업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다.

서해안 지역에 집중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산업단지로 직접 송전하는 이 사업은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기반으로 장거리 전력 이동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VDC는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단순한 전력망 확충을 넘어 저탄소 전력 체계 구축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어 정부는 서해안을 시작으로 남해와 동해를 연결하는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안 지역에 집중된 재생에너지 생산지를 하나의 전력망으로 묶어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전력망 구축의 핵심 축이 HVDC로 이동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역할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송·변전 투자비를 9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서해안 HVDC 구축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용 용량을 호남권 기준 12GW에서 39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통상 9년 이상 소요되는 대형 송전망 사업을 공정 혁신을 통해 단축해 2030년 조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1단계 구간은 전체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한전은 변환소 부지 확보와 해저 송전 방식 확정을 통해 사업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지중 케이블 생산과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장거리 송전의 핵심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며, LS일렉트릭은 HVDC 변환 설비와 전력 제어 기술을 통해 시스템 운영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 안정화 설비를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고속도로'는 정부 주도 아래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초대형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로, 단순 송전망 구축을 넘어 케이블·변환 설비·전력 안정화 기술이 결합된 복합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설계·시공·운영까지 아우르는 '턴키 플레이어'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력망 재편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조 프로젝트의 현실...넘어야 할 5가지 과제 '첩첩산중'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기대가 큰 만큼 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이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5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속도 문제다. 송전망 사업은 착공 이전 단계에서부터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노선이 공개되는 순간 지역 갈등이 촉발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실제 대형 송전망 사업은 인허가와 민원 대응 과정에서 수년 단위로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두 번째는 주민 수용성이다.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 사례에서 보듯 토지 보상, 경관 훼손, 전자파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고속도로 역시 해저 케이블과 육상 송전망이 결합된 구조인 만큼, 지역사회와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세 번째는 재원 조달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사업 규모를 약 11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공 재정과 민간 투자 간 역할 분담은 물론, 비용의 전기요금 전가 여부까지 연결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네 번째는 기술·운영 안정성이다. HVDC, 해저 케이블, 전력 안정화 설비 등 고난도 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시스템 통합 역량과 장기 운영 안정성 확보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섯 번째는 전력 믹스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전망 구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저탄소 전력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송전망만 확충될 경우 기존 화석연료 기반 전력이 그대로 이동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이미 현실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완공 시 수십 기가와트(GW)에 달하는 전력 수요가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 구축은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 역시 송전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발전은 되지만 보내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올해 2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 계획의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RE100 달성 가능성과 지역 불균형 심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에너지 고속도로의 성패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 여부를 넘어,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지역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이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전력 체계 역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서울대학굥서 전기공학 학·석·박사를 취득한 뒤, 2001년부터 건국대에서 전력·에너지 분야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대한전기학회 전력 정책연구회 위원장 등을 맡았으며,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같은 이력을 지닌 박 교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로 손꼽힌다.

<뉴스락>은 박종배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현 상황 타개 전략에 대해 짚어봤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락]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락]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K-그리드' 수출 마중물 돼야

최근 첨단산업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망 병목 현상' 해결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가 됐다.

정부는 서해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전력 소비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서해안을 시작으로 남해와 동해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초고압직류송전·HVDC)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단순한 에너지 수송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K-그리드’를 반도체 이후 차세대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 산업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K-그리드'란 초고압 변압기와 전선 등 기존의 강점인 중전기기 하드웨어에 HVDC,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 제어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패키지'를 의미한다.

박 교수는 서해안 전력망 확충의 목적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호남 지역의 잉여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것, 둘째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것, 셋째는 송전망 기술의 수출 산업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변압기, 전선,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 포트폴리오가 매우 탄탄하지만, HVDC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라며 "서해안 송전망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조기에 HVDC 기술 실증을 마쳐야만 전력망 기술 전반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해안 송전망 사업이 국가 에너지 효율화는 물론 중전기기 산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구축 과정은 험난하다. 8

GW 규모의 서해안 HVDC를 해상으로 건설하더라도, 전력을 육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육상 송전선로(345kV 등)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수용성' 문제를 가장 큰 난제로 꼽았다.

그는 "비수도권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가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냐'라는 정서적 반발이 매우 거센 상황"이라며 "단순히 송전로 건설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기술적 대안으로 박 교수는 ESS와 스테이콤(STATCOM) 등 최신 기술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전력망의 송전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신규 송전로 건설을 최소화하는 '망 효율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구조적 혁신도 촉구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국가 송배전망 투자에만 약 7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박 교수는 "한국전력이 모든 재원을 100% 조달해 건설하는 기존 방식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 해결책으로 박 교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SPC를 설립해 민간 기업의 자본과 국민성장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투자는 한전 외의 제3자가 담당해 비용 부담을 나누되,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 운영은 전문성을 갖춘 한전이 맡는 ‘투자-운용 이원화’ 구조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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