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561호 이팝나무 군락이 단순한 자연유산을 넘어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거대한 명상 센터로 거듭난다.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포항시가 공동 주최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임허사가 주관하는 2026년 생생 국가유산 지원 사업 ‘이팝나무 아래 명상과 쉼을 함께하며’가 오는 5월 2일부터 11월 1일까지 약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사업은 박성희 기획·총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지역의 역사적 자산인 이팝나무 군락의 가치를 현대적 예술과 명상 수행으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방식을 새롭게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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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 이팝나무 군락은 과거 영일군 시절부터 지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곳으로 매년 오월이면 하얀 쌀밥을 닮은 꽃이 구름처럼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이팝나무라는 이름 자체가 '이밥(쌀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이 꽃의 개화 정도는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임허사 주지 철우 스님은 이러한 전통적 가치에 주목하여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철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이팝나무가 품은 풍요와 안녕의 기운을 현대인의 내면 평화로 연결하고자 한다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자비의 공간을 마련했음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행사의 서막은 5월 2일 오전 10시 ‘이팝꽃 그늘 아래 자연의 선율을 따라’ 음악회가 연다. 이번 음악회는 엄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며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한다. 공연 라인업을 살펴보면 색소폰 이영진이 연주하는 ‘백조’와 ‘Loving You’로 감미로운 시작을 알리고 포항관악협회 앙상블이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클래식 명곡 ‘The Prayer’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전동 연희 컴퍼니 예심의 강선영류 태평무가 펼쳐져 한국 전통 무용의 정수를 보여준다. 소프라노 김예슬과 테너 김상권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와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부르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포항 시민합창단과 소리꾼 민정민이 우리 소리의 멋을 더하며 숲속 음악회의 정점을 찍는다.
임허사 / 유튜브 '한국의 전통사찰' 캡처
음악회가 감각의 깨어남을 상징한다면 이어지는 ‘이팝의 숨소리’ 명상 프로그램은 내면으로의 침잠을 유도한다. 5월 2일부터 6월 13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주요 공휴일에 진행되는 명상 과정은 불교의 전통적인 참선 수행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5월 2일 첫 세션인 ‘달빛 숲과의 첫 만남’은 낯선 숲의 환경에 적응하며 오감을 여는 과정이다. 5월 3일에는 호흡에 머물며 몸의 미세한 감각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감정 관찰하기와 관계 속의 나를 통해 타인과의 연결성을 통찰한다. 5월 9일에는 자연과 하나 되기 및 내려놓기와 비움을 연습하며 삶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명상 과정은 6월 13일 ‘평온과 삶’ 세션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실천법을 공유하며 마무리된다.
명상은 단순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임허사 측은 이번 명상 프로그램이 자연이 주는 힐링과 불교 수행의 지혜가 결합되어 참가자들이 삶의 본질적인 균형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숲이라는 공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피톤치드가 풍부하여 뇌파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과학적인 치유 효과까지 제공한다.
행사의 마무리는 11월 1일 봉행 되는 ‘숲의 영혼과 함께’ 목신재(木神祭)가 장식한다. 목신재는 수백 년간 지역을 지켜온 나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 생명력을 기리는 전통 제례다. 불교적으로는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공양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천연기념물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인간이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살아가야 함을 일깨우는 교육적 효과도 크다. 임허사는 2021년 제1회 목신재를 시작으로 이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며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팝나무 아래 명상과 쉼을 함께하며 포스터 / 포항시
이번 2026년 생생 국가유산 사업은 국가유산의 보존이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포항 흥해 이팝나무 군락이라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음악, 명상, 제례라는 다양한 층위로 풀어냄으로써 지역 관광 활성화는 물론 시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까지 달성하고 있다.
참가 신청 및 자세한 일정 확인은 대한불교조계종 임허사 종무소를 통해 가능하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나 명상 프로그램의 경우 깊이 있는 진행을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2026년 봄, 하얀 꽃구름이 내려앉은 흥해 이팝나무 아래에서 진정한 쉼의 의미를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내면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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