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 트러플 등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어는 한 스푼에 몇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급 음식인데요. 그런데 예전의 캐비어는 이렇게 귀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죠.
19세기까지만 해도 캐비어를 구할 수 있는 철갑상어가 러시아 남부의 카스피해와 흑해 일대에서 대량으로 잡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어부들에게 돈이 되는 것은 철갑상어의 고기였죠. 고기는 시장에 팔 수 있었지만 알은 남는 부산물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엔 어부들이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알을 소금에 절여 반찬처럼 먹곤 했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음식사 책 '맛의 천재'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캐비어는 영국 병사들의 보급품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북아메리카에서도 한 때 캐비어가 너무 흔해서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공짜 안주처럼 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캐비어의 몸값이 변하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 무렵부터입니다. 러시아 황실과 유럽 귀족들이 캐비어를 만찬과 외교 식탁에 올리면서 캐비어가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인데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귀족들이 캐비어를 찾기 시작하자 어부들도 철갑상어를 공격적으로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철갑상어의 성장이 문제였습니다. 알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자라는 데 짧게는 8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걸리다 보니 점점 캐비어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죠.
더욱이 20세기 후반에는 불법 어획과 수질 오염까지 겹치면서 철갑상어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고급 음식이 된 캐비어를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었죠. 결국 캐비어는 점점 더 귀해졌고 가격도 자연스럽게 치솟게 됩니다.
군인들의 보급품, 서민 술집에서의 공짜안주였던 캐비어가 지금은 한 스푼에 몇만 원짜리 고급 음식으로 탈바꿈했다니, 참 아이러니한 스토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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