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줄었지만 방향은 선명"…현대제철, '전력·탄소'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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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줄었지만 방향은 선명"…현대제철, '전력·탄소'로 돌파구 찾는다

폴리뉴스 2026-04-24 15:05:53 신고

현대제철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숫자만 놓고 보면 '부진'에 가깝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향후 전략 방향이 보다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매출은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소폭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점은 현재 철강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부담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수익성을 크게 훼손한 점은, 전통 철강 사업이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확인시킨 대목이다.

이번 실적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익 감소' 자체보다 그 원인과 회사가 제시한 대응 방향이다. 현대제철은 단순히 경기 요인에 따른 일시적 부진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2분기 이후 수급 개선과 가격 인상 효과를 통해 점진적인 회복을 전망했다. 이는 철강 업황이 완전히 꺾였다는 판단보다는, 현재 국면을 '조정 구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특히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를 회복의 핵심 변수로 제시한 점은 향후 국내 철강 가격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로 읽힌다.

재무 측면에서 차입금과 부채비율이 증가한 점 역시 단순한 부담 요소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미국 제철소 투자 등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자금 집행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는 비용 증가라기보다 '전략적 선투자' 성격이 강하다. 즉 단기 재무 지표 악화와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선택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요 전략의 이동이다. 기존 건설·조선 중심의 전통 수요 구조에서 벗어나,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철강 수요를 겨냥해 표준화 모델과 맞춤형 공급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전략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솔루션형 공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철강 기업이 더 이상 단순 소재 공급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고객 맞춤형 공급 체계를 갖춘 산업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 관련 철강 수요 대응 전략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는 환경에서는 철강 수요가 경기 민감 산업에서 정책·인프라 중심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ESS 인클로저용 고성능 형강 개발과 북미 시장 공급을 이미 시작했다는 점은, 이러한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내 전력망 구축 사업과 연계한 송전철탑용 강재 대응 체계 구축 역시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보 전략으로 읽힌다.

기술 측면에서는 전기로와 고로를 결합한 복합 프로세스 상업화가 핵심 포인트다. 이 방식은 기존 대비 탄소 배출을 약 20%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 배출 저감을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저감 강판 공급 능력은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넘어 '거래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주요 자동차 업체에 공급이 시작됐다는 점은 이 기술이 단순한 연구 단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매출 기여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실적 발표는 현대제철이 '전통 철강 기업'에서 '인프라·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압박이라는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력 인프라와 탄소 저감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수요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저가 수입재 감소와 가격 인상이 실제로 수익성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둘째, 데이터센터·ESS·전력망 등 신규 수요가 기존 건설 경기 의존도를 얼마나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지다. 셋째, 탄소저감 강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릴 경우 현대제철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 체질 개선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어느 하나라도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번 전략은 '전환 시도'에 그칠 수 있다. 지금의 현대제철은 실적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한 국면에 서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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