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환자가 8주 이상 과도하게 진료받는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로 나온 ‘8주룰’ 시행이 지연될 전망이다. 한의계가 8주룰 시행에 반기를 들고 있어서다.
보험사는 취지에 따라 조속한 제도 시행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반면 한의계는 경상환자 등급 체계 재분류가 선행돼야 하며 건강보험 재정 전가가 과도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한의계 주장을 감안하면 8주룰은 자칫 보험사에만 유리한 제도로 비칠 수 있다. 다만 한의계도 자동차보험에 기대 현 수익 구조를 유지해온 측면을 감안하면 이를 반대할 명분은 낮다.
8주룰 시행 배경
국토교통부는 상해등급이 12-14등급인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치료 기간을 8주 이상 넘기게 되면 자료 제출 등을 통해 별도 심사를 받게 하는 ‘8주룰’을 내달 시행하려 했지만 이를 사실상 미루게 됐다. 한의계가 신중한 도입을 촉구해 제동을 걸면서다.
8주룰은 진료 기간이 8주 이상이면 과잉진료가 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단 논리에서 나왔다. 최근 3년간 경상환자의 90%가 8주 이내 치료를 마쳤다는 보험개발원 통계에 근거해서다. 8주룰이 일명 ‘나이롱 환자’를 근절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이를 지지하는 보험사는 해외와 비교해도 8주룰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8주룰은 주요국에 비해 치료를 자유롭게 보장하며 의료기관이 적용하는 치료 방법도 제한하지 않는단 이유에서다. 해외는 치료 방법이나 횟수 등도 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더욱이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는 일부 경상환자는 실질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기보다는 보상심리에 기인해 형식적으로 진료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 같은 환자들을 걸러내야만 일반 계약자는 물론 업계 사업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한의계, 재정 및 국민 부담 가중 주장
한의계는 8주룰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큰 타격을 입을 거라 우려하며 상반된 입장이다. 치료 진행 기간이 8주를 넘기면 환자들은 자비로 치료를 하거나 이를 중단하거나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데 이는 국가 재정 부담도 키운다고 봐서다.
한의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1년에 822억원이 건강보험으로 전가된다”라며 “업계에서 추계한 결과 1년에 1000억원 이상이 자동차보험사들의 손해를 건강보험으로 전가시키는 상황이 되는 거라 제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8주 이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을 거라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8주 이내 치료가 대다수인 건 그렇게 합의가 이뤄진 결과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치료비를 부담할 확률이 너무 높아진다”라고도 언급했다.
이뿐 아니라 한의계는 경상환자 등급 체계 자체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뇌진탕은 보험사에서 11등급으로 분류해 경상환자로 보는데 충격이 상당한 경우도 있는 만큼 경상이 아닐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박, 보험사만의 문제 아냐
위 한의계 설명에 따르면 8주룰은 보험사 편익에 가장 도움이 되고 환자 치료를 제약해 부담을 높인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다만 보험사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험사는 부정수급이나 과도한 청구로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사실상 보험사 손을 들어주는 격으로 8주룰을 시행하려는 건 한방치료 비용이 양방치료보다 배 이상 드는 상황에서 자동차보험을 통한 청구가 과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내지 유지를 매년 요구받는 보험사들이 적자에 직면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더리브스 질의에 “양방은 석달 치료를 받아봐야 100만원이 나오는데 한방은 통원 치료에 10-12만원, 입원을 하루에 20만원 받는다”라며 “자동차보험으로 (한방은) 건보보다 (치료비를) 3배에서 5배를 받는다”라고 답했다.
경상자 제도 개선은 이미 2023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특히 한방 과잉진료가 끊이지 않아 8주룰이 나온 상황이란 점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경상환자 11등급은 2022년에 처음 넣어달라고 했지만 빠져있는데 오히려 한방에서 CT나 MRI를 찍어오도록 해서 뇌진탕 진단을 추가하도록 하고 경상자 제도 비대상이라며 무제한 처방을 해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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