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중심으로 굳어진 창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창업도시’ 육성에 나선다.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고 성장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관계부처는 24일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 1월 제시된 국가 창업 정책 방향의 후속 조치로,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 “서울 가지 않아도 창업 가능”…다핵형 창업 구조 전환
현재 국내 창업 환경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된 구조다. 글로벌 평가에서도 서울은 상위권에 위치하지만, 주요 지방 도시는 30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투자, 인재,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린 결과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를 ‘다핵형 창업 생태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에서도 창업과 성장, 정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정책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30년까지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에서 100위권에 진입하는 창업도시를 5곳 이상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대전·대구·광주·울산 ‘선도모델’…창업도시 10곳으로 확대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과학기술 인프라가 집적된 4개 도시다. 정부는 대전, 대구, 광주, 울산을 ‘테크 창업도시’로 우선 지정해 선도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창업 인재 양성 체계를 강화한다. 2027년까지 딥테크 창업중심대학을 확대 지정하고, 과기원 내 창업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도 확대해 인재 공급 기반을 넓힌다.
학사 규제 완화도 병행된다. 교수와 학생의 창업 휴직과 겸직 기간이 늘어나고, 창업 휴학 제한은 폐지된다. 대학발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이후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해 6개 도시를 추가 선정한다. 벤처금융, 에너지, 로컬 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이 적용된다.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 3.5조 펀드·R&D·규제특례…창업기업 ‘정착’까지 지원
창업도시 정책의 특징은 ‘정착’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창업을 유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에 머물며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과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 2026년 4500억원 규모로 시작하는 지역성장펀드는 2030년까지 3.5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창업기업 전용 연구개발 지원과 TIPS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규제 장벽 완화를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창업도시 내 신기술 분야에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추진돼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정주 환경 개선도 주요 과제다. 국·공유재산을 활용해 창업기업용 기숙사와 사무공간, 네트워킹 시설을 확충한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생활 인프라 지원 성격이 짙다.
◇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투자 접근성도 확대
정책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도 새롭게 구성된다. 지역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창업도시 추진단’이 만들어져 사업화, 투자, 연구개발을 통합 지원한다.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도 확충된다. 엔젤투자허브와 한국벤처투자 지역 사무소가 확대 설치되고, 지역 창업 행사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 간 연결을 강화한다.
◇ 기대와 과제…“인프라보다 실행력이 관건”
정부 계획은 창업 인프라, 자금, 규제 완화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겨냥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유사한 지역 창업 정책이 반복됐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인재 유입과 민간 투자 활성화가 실제로 따라오지 않으면 ‘시설 중심 정책’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창업도시가 단순한 지정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정부는 5월 중 지방정부와 과학기술원 등이 참여하는 전략 발표회를 열고 도시별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재정 지원은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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