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스터리 사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강도 살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권력 핵심부를 향한 거대한 의혹으로 번지며 여운을 남겼다.
23일 방송된 ‘방아쇠를 당긴 손 – 1970 강변3로 피살 사건’ 편에서는 가수 겸 배우 루나, 코미디언 정성호, 배우 한채아가 리스너로 참여해 사건의 흐름을 따라갔다. 이야기는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남성의 진술에서 출발했다. 그는 강도를 당해 총상을 입었고, 동생이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상황은 설명과 쉽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숨진 여성 정인숙은 당시 화려한 삶을 살던 인물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고급 주택과 외제차, 고가의 사치품, 그리고 일반인이 쉽게 가질 수 없던 여권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평범한 범죄 피해자로 보기엔 이례적인 배경이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자택에서 발견된 한 권의 수첩이었다. 그 안에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였던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정일권 등 당대 권력 핵심 인사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로 인해 사건은 정치적 스캔들로 급속히 비화했다.
수사 과정 또한 일반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있었다. 사건은 형사부가 아닌 공안 라인에서 다뤄졌고, 유일한 용의자인 오빠의 병실에는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강도 높은 통제가 이뤄졌다. 수사는 빠르게 마무리됐고, 동생의 사생활 문제로 인한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과학적 증거와 자백이 근거로 제시됐지만, 대중의 의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가 남긴 아이의 친부를 둘러싼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당시 국가 최고 권력자까지 거론됐고, 이 이야기는 국회와 해외 언론까지 번지며 국제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결국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중형을 선고받으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출소 후 그는 기존의 자백을 부인하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사건 당일 두 남성이 총격을 가했고 자신은 이를 막으려 했다는 새로운 증언이었다. 동시에 친자 논란 역시 끝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궁 속에 남았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방송에 참여한 출연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퍼져나가는 과정 자체가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억눌린 시대 분위기 속에서 소문이 사실을 대신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방송 직후 온라인 반응 역시 뜨거웠다. 권력층 이름이 등장한 대목에 대한 충격,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끝내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한 불안이 뒤섞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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