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반대 딛고 고향 들녘서 품종 다변화…직거래로 판로 넓혀
벼·콩 3만3천여㎡ 경작…지난해 첫 수확으로 4천만원대 매출
[※ 편집자 주 =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농협중앙회와 24∼2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귀농귀촌 박람회 '와이팜 엑스포 2026'(Y-FARM EXPO 2026)을 개최합니다.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한 맞춤형 정책과 일자리 정보,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귀농귀촌 모델 및 정책을 소개합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박람회에서 '2026 청년농업인대상'을 받은 청년 농업인 8명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포천=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아버지가 원치 않으셨는데, 다른 일을 했어도 결국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농사라고 생각했어요."
농사짓는 길을 탐탁지 않아 하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고향인 경기 포천 들녘으로 돌아온 홍리나(35) 씨는 방치된 가족 농지를 다시 일구며 청년 농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
건국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농업과 무관한 일을 하던 그는,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방치된 농지를 보며 결국 다시 농업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사짓는 모습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그는 2024년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발되면서 결국 본격적인 영농에 뛰어들었다.
홍씨가 선택한 작목은 벼다. 규모화와 기계화, 품질 관리가 함께 필요한 분야라 배울 것이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농 초기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벽은 농지 확보와 기계화였다.
벼농사는 이앙기와 트랙터, 콤바인 등 주요 장비를 갖추는 데 큰 비용이 드는 데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농어촌공사의 농지임대사업 등을 활용해 경영 규모를 점차 키웠고, 직접 발품을 팔아 농기계 교육을 받으며 기술을 익혔다.
육묘와 재배 관리 등 영농의 기초도 아버지에게 하나하나 배우며 현장 경험을 쌓아갔다.
현재 포천시 관인면에서 3만3천여㎡ 규모의 농지를 일구며 벼와 콩을 재배하고 있고, 이 중 벼 재배 면적만 2만6천여㎡에 달한다.
지난해 첫 수확으로 약 4천6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홍씨는 해들미, 알찬미, 여리향, 고시히카리, 오대미 등 여러 품종을 함께 재배하고 있다.
포천 최북단인 관인면은 인근 지역보다 평균 기온이 2∼3도 낮을 만큼 서늘해 품종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편이지만, 홍씨는 이런 여건에서도 수매용과 직거래용을 나누는 '투트랙 전략' 아래 다양한 품종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향이 특징인 '여리향'은 이 지역에서 재배가 쉽지 않은 품종으로 꼽히지만, 그는 직접 시험 재배에 나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재배 면적도 늘릴 계획이다.
홍씨는 "최근에는 가격보다 맛과 품질,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품종별 특성에 맞춰 재배하고, 직거래 고객에게는 쌀의 특징을 직접 설명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도 영농 현장에서 힘이 됐다.
홍씨는 원예학 전공을 바탕으로 식물보호기사 자격을 취득했고, 병해충 예방과 생육 단계별 관리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불필요한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홍씨의 목표는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올해는 포천 지역 청년 양조인과 손잡고 자신이 재배한 쌀로 전통주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밥쌀뿐 아니라 주조용·가공용 품종까지 시험 재배해 포천 지역에 맞는 특수미 가능성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또 벼농사와 작기가 다른 딸기 스마트팜을 접목한 복합영농, 센서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노지형 스마트농업 구축도 꿈꾸고 있다.
그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과 유통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제 이름을 걸고, 쌀 포대만 봐도 '홍리나가 만든 쌀이구나' 하고 믿고 찾을 수 있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wildboa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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