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 문 닫은 한국국제대·강원관광대 가보니···
“지방 사립대는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10여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일부 대학들이 문을 닫고 있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통한 ‘폐교 유인책’까지 써가며 후유증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해당 대학이 있는 지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정책의 틀 안에서 지방 사립대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향후 대입 정원과 고등학생 수를 계산, 2021년까지 대학 38곳이 폐교될 것이라는 비공식 예측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실제 문을 닫은 대학은 22곳에 그쳤다. 재정 지원과 국가 장학금 등으로 버티고 있는 대학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자진폐교 대학에 '해산 정리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진 폐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에 앞서 이미 문을 닫은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와 강원도 태백의 강원관광대를 찾았다.
◇폐교 막으려 축구부 창단했지만…통학버스엔 먼지만 가득
지난 17일 찾은 한국국제대 교정은 시간이 멈춰 있는 듯했다. 통학버스 정류장에 붙은 버스 시간표의 날짜는 ‘2019년’. 벤치와 통학버스들은 먼지를 뒤집어썼고 깨진 유리 잔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절도를 막으려는 듯 버스는 밧줄에 결박돼 있었다.
이 대학은 폐교를 막기 위해 축구부를 창단하며 체육특성화대로 전환을 시도했었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폐교설이 돌던 상태에서 여자 축구부를 창단한 것. 하지만 특성화대 전환이 무산되자 축구부는 창단 1년도 안 돼 해산했다. 이 대학은 2023년 폐교됐다.
학교 주변은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한때 1000명 넘은 학생들이 다녔지만 학교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당구장을 비롯해 인근 상점은 전부 문을 닫았다. 이 학교를 이끈 학교법인 일선학원은 대학이 폐교되기도 전에 파산을 선고받았다. 정부보조금이 끊긴 뒤 밀린 교직원 급여 등 300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고 법원은 학교재산을 처분해 빚을 갚도록 했다.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은 채무 변제를 위해 학교 건물과 부지를 내놓고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저 입찰액이 당초 980억원에서 4분의1 가까이 급감했지만 구매자가 없어 유찰만 15차례나 이어졌다. 유찰이 거듭된 가장 큰 이유는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학의 ‘폐교 이후 활용 보고서’에도 ‘접근성 낮음’으로 평가돼 있다.
이처럼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한국국제대 뿐만이 아니다. 2000년 이후 폐교로 해산하거나 파산한 법인 13곳 가운데 청산된 곳은 3곳뿐이다. 학교법인이 존속 중이지만 폐교된 곳은 7곳에 달한다. 개교 30년을 앞두고 2024년 폐교한 강원관광대가 이 가운데 하나다. 설립 당시 교육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내걸고 학교 설립을 허가했다. 이후 강원랜드 설립이 확정되며 관련학과까지 만들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입학 정원을 대폭 줄여도 결원이 생겨 적자가 불어나자 자진 폐교를 결정했다.
◇정부, 인센티브로 자진 폐교 유도…전문가들 “폐교 유인책, 대안 아냐”
정부는 강원관광대처럼 자발적으로 폐교하는 대학에 인센티브(해산정리금)를 주는 내용의 시행령을 지난 6일 입법 예고했다. 민법에 따르면 학교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도록 돼 있어 학교 재산은 설립자 개인 재산이 아니다. 그런데 나랏돈(폐교를 팔아 얻은 수익 중 학교법인의 빚을 갚고 남은 돈)의 15%를 설립자나 상속인에게 주는 교육책까지 나온 것이다.
이러한 폐교 유인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폐교 유인보다는 평생교육시설로의 전환을 통해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폐교를 유인하기 전에 대학 측에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줬다면 좋았겠다”면서 “이미 폐교된 뒤라도 해당 부지에 중장년을 위한 학교 등을 세워 지역 상권의 타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는 “평생교육체제 전환 등 지역상생모델을 교육부와 재정경제부, 지자체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폐교 결정이나 관련 유인책이 나오기 전에 대학의 학생들과 지역민은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인선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이 폐교되기 전에 학생과 이들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평생교육과 연계되는 대학의 역할이 있는 만큼 무조건 문을 닫게 유도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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